|2026.03.03 (월)

재경일보

불량 목제품 주범은 소비자?

서범석 기자

목재공장 대부분 임가공…건설·조경 등 사용자 의식변화 시급

 

한국임업진흥원이 주관한 ‘제재목 규격표준화 및 품질표시 워크숍’이 5월17일 인천 파라다이스호텔 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다. 업계의 열띤 관심 속에 열린 이날 워크숍에서는 생산자 보다는 사용자에 대한 계도와 단속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한국임업진흥원이 주관한 ‘제재목 규격표준화 및 품질표시 워크숍’이 5월17일 인천 파라다이스호텔 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다. 업계의 열띤 관심 속에 열린 이날 워크숍에서는 생산자 보다는 사용자에 대한 계도와 단속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품질표시 의무제 및 품질인증제 도입 등 목재제품 품질관리에 대한 법적 요구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생산자뿐 아니라 사용자에 대한 계도와 홍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생산자와 유통업자 위주의 계도와 단속만으로는 제도정착이 묘연하다는 것.


건축 및 조경 등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재 목재시장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목재제품의 규격 표준화 역시 외국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국내 실정에 맞는 규격 정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세태를 반영하듯 지난 17일 한국임업진흥원 주관으로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재목 규격 표준화 및 품질관리 워크숍’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의 질의와 의견개진 또한 한결 같았다.


그 열기를 놓고 워크숍 자유토론 좌장을 맡은 서울대 이전제 교수는 “워크숍이 아니라 공청회가 됐다”고 평가할 정도.
인천 대진임산 남궁홍규 대표는 “조경시설 설계에는 H3 이상으로 방부할 수 없는 수종들을 H3 이상으로 방부하도록 돼 있는 사례가 비일비재 하다. 하지만 이대로 방부 공장에 방부를 의뢰하면 모두 거절하는 실정이다. 표시 위반으로 단속되기 때문이다”면서 “방부목은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 이런 문제가 모든 목재제품에서 발생할 것이다. 목재에 대한 규격 표준화는 목재제품 생산 유통업자보다는 건축 및 조경과 같은 사용자들에 대한 홍보와 단속이 우선돼야 한다. 설계에 반영돼 있으면 목재업계에서는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지금 목재시장의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제주산림영농조합법인 오서용 대표는 “제주도에는 제재소가 총 7개인데, 이 중에서 현재 (건축 및 조경업체 등)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품질 규격에 맞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산림청이 마련한 규격대로 제품을 생산하려면 적어도 수개월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오 대표는 또 “단속과 제재 전에 제재소에서 품질 규격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먼저다”며 “임업공무원들 중에서 목재를 제대로 검수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는지도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한국목재산업의 한 관계자는 “목재법이나 품질표시제, 품질인증제 등 모두 규제가 아니라 목재산업 진흥에 목적이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고 “조경회사 등 사용자들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하지만, 정작 산림청은 이에 대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지금 설계가 나오면 내년에나 시공이 되는데, 목재제품은 생산 전에 설계에 반영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태원목재 이영근 이사는 “우리나라 대부분 제재소들이 5000㎡ 이하의 소규모 영세업장이다. 품질관리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며 “융자지원으로 갈 경우 담보능력 부재 등으로 이러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재소가 거의 없을 것이다. 말뿐인 융자지원 말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도 시행의 실효성 확보와 홍보 확대도 요구됐다.
부산 배성목재 김기범 과장은 “인천은 협회가 활성화돼 있어서 이러한 제도 시행에 대한 전파가 빠른 편이다”며 “하지만 부산이나 군산은 정보를 스스로 얻고 싶어도 어디에서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조차 막막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은성목재 이기엽 대표는 “일명 ‘다루끼’로 불리는 소할재는 대부분 비건조목으로 유통되고 있는데, 이 역시 건조 없이는 품질을 제고할 수 없는 제품이다”며 국내 생산품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품은 놔두고 일부에 지나지 않는 구조용 목재에만 국한하고 있는 산림청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처럼 목재업계는 산림청의 목재제품 품질관리 정책에 대해 부담을 느끼면서도 대부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과 나아가 국내 제조산업 육성까지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소할재 등 건설재 전문 생산업체인 원창 이운욱 대표는 “단가경쟁이 심해지면서 좋은 품질의 제품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1등급 2등급 3등급 소할재를 수입한 다음에 이들을 적당히 섞어서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도 발생되고 있다”면서 “원목을 들여와 주로 같은 등급의 제품만 생산해야 하는 제재소로서는 당해내기 힘든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또 “품질인증제나 품질표시제가 시행되면 이러한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목재의 품질등급을 제대로 매기고 관리할 전문인력이 양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산림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품질규격이 대부분 유럽이나 일본 등 외국의 것을 그대로 베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목재란 것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격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특히 함수율 등에서는 우리나라의 환경과 기후를 고려한 규격이 정해져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품질관리와 우리 제조산업에 대한 보호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목재의 건조와 건조기술’을 주제로 발표한 충남대 강호양 교수도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강 교수는 발표에서 “(산림청이 참고하고 있는 캐나다 등) 외국은 여름에는 덥고 건조하고 겨울에는 추우면서 습한 반면, 우리나라는 반대로 더운 여름에 습하고 추운 겨울에 건조한 목재에 불리한 기후 및 (난방 등) 생활환경을 갖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외국규격 도입을 경계했다.


그는 또 “한옥 등 대형 건조목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처럼 직경 250~400mm의 대경목을 건조해서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규격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목제품의 규격 및 품질표시 의무 품목은 방부처리 목재, 목탄, 목초액, 건조제재목, 합판, 파티클보드, 섬유판, 마루판, 구조용 목재 등 여덟 개 품목이며, 오는 2015년까지 모든 목제품으로 확대된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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