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비상경영 인력감축 대신 효율.원가절감 중시"
삼성.LG등 대기업 "비상경영 너무 일러 시나리오 경영이 맞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롯데백화점 평촌지점에서 열린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극도로 불안정한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불확실한 시대에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라고 말했다.
평소 직설적인 화법을 피하는 신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무척 이례적이라는 게 재계의 반응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의 어조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며 "국내외 경기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못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신 회장은 롯데의 캐시카우의 역할을 하는 주력사업을 둘러싼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는 유통, 석유화학·건설, 식품, 관광레저 등 4가지 사업이 있는데 유통과 석유화학이 주축을 차지한다.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하는 유통부문 침체는 이미 시작됐다. 우선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영업규제가 이뤄지고 있으며, 내수경기 침체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터다. 여기에 해외 유통사업에서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태다.
최근 수년간 그룹의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렸던 석유화학 부문의 성장둔화도 문제로 꼽힌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호남석유화학의 경우 매년 1조원 안팎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해외경기 침체로 인해 최근 수익성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호남석유화학은 유럽재정위기 등에도 불구하고 그간 여수NCC공장 2차증설(5200억원)과 우즈벡 가스화학단지(3억1500만달러)를 비롯해 △호남미쓰이화학 △중국 EO합자사업 △허페이 복합수지 합작사업 △미국 알라바마 PP생산법인 등 수조원의 투자를 진행해 왔다.
이는 중국시장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인데, 최근 현지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크게 둔화됐다는 지적이다.
신 회장이 이날 사장단 회의에서 "(투자와 관련해) 잘못된 결정으로 판단될 경우,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전략(Exit Plan)을 준비하라"고 한 것은 석유화학 부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는 비상경영에 들어간 롯데가 인력감축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을 보였으나, 롯데그룹측은 "인력을 줄이는 대신 운영 효율성과 원가절감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롯데그룹의 이번 조치가 삼성, LG, 현대차, SK 등 재계로 확산될 가능성도 주목되나, 기업들은 "아직 비상경영은 생각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은 하반기 경기 상황이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보고 상황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비상경영' 보다는 '시나리오' 경영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전세계 주요 법인장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 하반기 경영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LG는 이달 1일부터 구본무 회장 주재로 '중장기 전략보고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직접 중장기 경영전략을 듣는 자리인데, 비상경영 전환은 아직 생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그룹도 공식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했거나 혹은 내부적으로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 법인장 회의를 1개월 앞당겨 여는 등 글로벌 생산과 판매전략에 긴장감은 놓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 라이벌인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영업규제 등으로 인해 여건이 좋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아직 비상경영까지 갈 국면은 아니라는 판단"이라며 "하반기 내수경기 흐름과 유통업 규제 등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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