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윤여준 칼럼] 대선 반면교사 ‘실패한 대통령’들

 우리나라가 ‘20-50 클럽’에 가입했다는 뉴스가 최근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되었다. 세계에서 7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와 총인구수 5000만명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세계에서 7번째로 잘 사는 나라가 된 것 같다. 정말 그럴까.
 
재경일보 회장 윤여준
   재경일보 회장 윤여준
아니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양적인 기준으로만 놓고 보아도 1인당 GDP는 아직 30위에도 들지 못했고, 인구수도 25위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몇 년 안에 그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두 지표의 교집합이라는 인위적인 카테고리를 설정할 경우, 세계 7위가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20-50 클럽’은 그나마 G20나 G8 같은 실체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억지로 만들어낸 일종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잠시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자칫 국가 현실에 대한 착시를 불러올 위험성이 크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현실은 ‘20-50 클럽’이 그려주는 국가약진의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나라 밖을 보면 세계경제의 중심부인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경제위기라는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안으로는 저성장·고실업, 폭발적인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극심한 양극화 현상,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 다문화 사회 진입, 강력한 경제민주화 요구 등 엄청난 과제들을 안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가 직시해야 할 현실은 국가의 약진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의 약화에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우리는 강한 국가를 경험했다. 그때는 국가가 사회 전체를 통제하면서 국민을 수직적으로 동원하는 체제였기 때문에 국가의 효율성은 매우 높았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4반세기 동안 차례로 등장한 국가리더십이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국가 운영원리를 세우지 못함으로써 국민통합과 국가역량의 결집에 실패했다. 대통령의 실패다.
 
경제·사회적 갈등을 관리·조정·해결해야 할 정치는 정파적 이해에 집착함으로써 스스로 극한적 갈등과 대결의 당사자로 전락하여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말았다. 국회는 신성한 민의의 전당이기는 고사하고 각종 폭력이 난무하는 싸움판으로 전락했고, 정당들은 선거를 앞두고 당명과 로고를 바꾸는 등의 신장개업으로 국민의 심판을 모면하려 드는가 하면 심지어는 공직후보 경선에서마저 불법행위가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의 실패다.
 
행정부는 어떤가. 관료사회는 능력과 전문성 면에서 민간부문에 압도당한지 오래이고, 정치권과 이익단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공직사회의 생명인 자율성, 즉 중립성이 빠르게 약화되었다. 공인의식은 증발해버리고 공공성을 추구해야 할 관료사회는 이익집단이 되다시피 했다. 특히 군이나 검찰, 경찰 등 사법기관들의 능력 저하와 정치화 추세는 엄정한 국법질서 및 안보라는 국가의 근간마저 크게 흔들리게 만들어 국가해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관료의 실패다.
 
이러한 대통령, 정치, 관료의 실패가 국가의 능력을 현저히 저하시킴으로써 심각한 국가의 약화를 불러왔다. 이것이 오늘날 직시해야 할 우리의 솔직한 자화상이라고 한다면 지나치게 비관적인 견해일까.
 
이제 우리는 ‘20-50 클럽’ 같은 허상에 일시적으로 위로받기보다는 당면한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가능력을 키우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제19대 국회에 의석을 얻은 정당들은 물론 의원 한명 한명에게도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해결방안과 실행계획을 갖고 있는지 묻고 따져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후보들에게는 여러 가지 당면과제에 대해서 실제 어떠한 문제의식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과 역량은 갖추고 있는지 더욱 철저하게 따져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마음에 불을 지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빈약하다거나, 자신의 비전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계획이 부실하거나 역량이 부족한 후보에게 국가의 미래를 맡기는 불행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7월 2일자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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