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 결국 다르지 않았던 현 정부의 마지막 역할과 책임

역대 정권 탄생 당시 대선자금이 오가지 않은 적은 없었다. 여(與)나 야(野) 어느 한쪽 대선 후보에 몰아주기식 선거자금 지원도 경우에 따라 있겠지만 당선 가능성이 높은 쪽엔 대박을 노리고 큰 액수를 건네고, 당선 가능성이 낮은 쪽엔 보험(保險)을 드는 기분으로 작은 액수를 건네는 것이 대선 자금의 기본 융통 룰이었으리라.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전후 누구에게도 돈 달라고 손을 벌린 적이 없다면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랑 삼아 얘기하곤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30일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돈 안 받는 선거를 통해 탄생했다”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허점도 남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던 장면 바로 뒤에선 최측근 인사들과 업자들 간에 검은돈이 오갔던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3억원 내외,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도 비슷한 액수의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비단 현직 대통령 친형에 대한 조사를 떠나서라도 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혹은 측근인사가 각종 범죄에 연루돼 사법처리 된 것은 총 19번째다. 이 전 의원이 그 돈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캠프의 유세단장이었던 권오을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또 다른 개국공신(?)인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그 무렵 임석 회장을 이 전 의원에게 소개했으며 임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돈을 전하는 과정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또한 사실일 경우 3억여원의 돈이 대선캠프 활동비 등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전 의원은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에게서도 수십억원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회장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회장을 통해 이 전 의원을 소개받아 ‘보험용’으로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큰 액수이다. 앞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시행사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2006년 7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8억원을, 박영준 전 산업자원부 차관은 파이시티로부터 2006년 8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1억6000만원을 받아 구속됐다. 계속 조사가 진행될 수록 관련 인물이 더 나타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돈 쓸 일이 많았다”고 했고, 정 의원은 검찰 청사에 들어가기 직전 “임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전한 돈이 대선 자금이냐”는 보도진 질문에 고개를 끄떡였다. 후보 측근들이 받은 돈이 캠프에 전달돼 대선 자금으로 쓰였는지, 아니면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갔는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다만 돈을 건넨 파이시티나 저축은행 측은 새 정권으로부터 사업 인·허가를 받거나 퇴출 대상에서 빼주는 등의 특혜를 기대하고 당선이 유력한 후보에게 선거 자금을 댄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대통령을 뽑아낸 국민들은 경제를 회복시킬 대통령의 역할과 함께 서민과 중산층들의 경제를 어루만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또한 진보정권에서도 결국 반복적으로 나타난 국정 실패와 부패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 정권도 현재 빈부격차 극대화, 전체 영역에서 두드러지는 과잉부채를 포함하여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된 친인척 측근 비리의 궤적(軌跡)을 그대로 밟고 있다.

정권의 핵심부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같은 일이 벌어진 것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이 대통령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측근과 친인척들을 살폈더라면 지금 같은 ‘형제정치’의 파탄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할 일이 남았고 역대 재정적인 해법구사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정권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정권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더욱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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