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 영유아 무상보육 논의에서 빠트린 평생 사교육비 논의

0~2세 영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이 시행 1년도 안 돼 중단될 위기다.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확보한 관련 예산이 모두 소진돼 지원할 돈이 바닥난 것이다. 서울 서초구가 당장 이달 중순을 넘기기 어렵다며 제일 먼저 백기투항을 했고, 나머지 시군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중앙정부 지원이 없으면 줄줄이 나자빠질 판이다. 소요 재원과 재정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서둘러 제도를 도입한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이 빚은 결과로 여론이 몰리고 있다.

한번 시행된 제도는 여간해서 중도에 중단하거나 축소·수정하기가 어렵다. 정부에 대한 신뢰 저하는 물론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에 관한 것이라면 더 그렇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다. 영유아 무상보육제도의 부작용과 한계는 시작 전부터 사실상 예고된 것이다. 정부가 일정 소득 이하 가구만 지원을 하겠다고 했는데 정치권이 중간에 끼어들어 대상을 전격 확대했다. 선거를 앞두고 공짜 복지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 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노년층의 보건복지예산 수립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필요도 있었다. 무상보육을 포함한 자녀들의 양육여건 개선에 대해서 너무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복지정책의 재원마련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감세를 주장하는 것도 포퓰리즘이라는 주장도 생각해 보았어야 한다.

금년 총선 당시 양당 공약을 보면 새누리당은 5살까지 보육에 28조2000억원, 교육 복지에 15조8000억원, 의료분야에 14조원, 서민 주거와 일자리에 17조3000억원이 필요하고, 여기에 지방 복지예산 지원금까지 포함하면 5년간 89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무상 보육에 12조8000억원, 반값등록금 등 교육지원에 28조7000억원, 무상의료에 42조8000억원, 일자리 주거복지에 80조5000억원이 소요돼 총 164조8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용과 크기의 적정성이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하겠지만, 이는 사회의 안정성을 위하여 어느 영역보다도 중요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복지공급 시스템은 복지가 제한적으로 제공될 때는 효율적이었지만 대부분 국민에게 제공되는 상황에서는 한계점이 있고, 현재와 같은 낭비적인 시스템으로는 인구 고령화로 예상되는 보건의료서비스의 대폭적인 수요증가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부분에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복지확대에는 어느 정도 찬성하지만 이를 위한 증세에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에 여야가 주장하는 복지공약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달 가능한 재원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에 대해서 심도깊은 논의와 합의점 모색이 필요하다.

이번 무상보육 예산 고갈을 통해 무분별한 복지경쟁과 인기영합적 정책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정치권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정치권에서는 진정으로 국민들을 생각하고 입법절차와 함께 집행하고자 했다면 사교육비용의 감소방안을 더 연구했어야 한다. 출산율 개선을 위해서 영유아 무상보육여건의 개선보다 더 해결되어야 할 중요한 부분은 다름아닌 사교육비 문제다. 현 사교육비 시장의 팽창은 학원업계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이겠지만 국가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평균 지출액은 이미 가계 최고 지출비중에 이르고 있는데, 노후재정고갈과 결혼 직전까지 양육비가 들어가고 있는 현 시대 상황에서 사교육비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국민들은 고교생 자녀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21만원이라는 통계결과를 믿지 않는다. 오히려 매월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에 있어 점차 간극이 커지는 상황에 마음이 상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증세이야기가 나오기 어렵다. 증세와 함께 조세저항이 생기지 않을 수 가 없는 수준이다.

만약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증세에 대하여 외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특정집단 증세를 통한 방법만으로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소득세와 재산세 비중이 OECD 평균을 넘고 있고 부자증세를 통해 조달가능한 세수는 예상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대다수의 국민이 추가적인 조세부담을 할 용의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구사하고자 하는 바는 복지확대를 증세를 하지 않고 국가부채로 해결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단순 부채로 인심을 얻고자 하는 정치인들을 구별해야 한다. 구체적인 국가예산의 포트폴리오를 고민하는 가운데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다.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사교육비의 파격적인 절감을 위한 논의와 함께 공교육 강화 모델이 함께 해야만 교육의 형평성 구현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증세에 대한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다. 가계 주요 지출 사항을 줄일 수 있는 가운데 증세에 대한 진지한 토론문화 조성이 현 출산율이 인구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 긴장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풀어가는 해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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