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약자에는 독약 목재법 강자에는 핫식스?

서범석 기자

벌채업 자격요건, 영세업체 ‘죽을 맛’…대형업체는 ‘반색’
산림청, 후진성 면치 못하고 있는 목상 경쟁력 강화 위해

 


내년 5월 목재의지속가능한이용에관한법률(이하 목재법) 시행에 따른 산림청의 하위법령 재정이 또 말썽을 부리고 있다. 하위법령이 산업현장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일부 힘 있는 기업에만 유리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산림청은 최근 목재생산업의 등록 요건으로 상시고용인원 수에 따라 ‘임산가공기사’, ‘임산가공산업기사’, ‘임산가공기능사’를 각각 한 명 이상 고용토록 하는 법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목재생산업의 종류는 일반제재업을 비롯해 합판 및 보드 생산업, 방부처리업, 칩 톱밥 목분 제조업, 목탄 목초액 제조업, 목질 건축용 내장재 생산업, 무늬목 제조업 등 거의 모든 목재생산업체가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수가 지난해 말 현재 △임산가공기사 172명 △임산가공산업기사 139명 △임산가공기능사 652명 등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산림청은 이에 대해 단순한 착오라면서 재검토에 들어간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불거진 문제는 목재법 하위법령이 영세업자들이 사업을 하기 곤란하게 만들어서 힘 있는 큰 기업들이 이들을 흡수토록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분야는 벌채업. 산림청은 최근 하위법령 설명회를 개최하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목의 벌채 유통과 관련한 벌채업 등록 자격요건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벌채업의 업무범위는 벌채 및 유통이고, △산림자원의조성및관리에관한법률에 따른 기술1급 이상인 산림경영기술자 1명 또는 기술2급 이상인 산림경영기술자 2명 이상과, △임업및산촌진흥촉진에관한법률 시행령 제16조제3항제1호에 따른 기능인영림단의 필수인력기준(6명)과 동일한 인력·자격 비율을 가진 작업원을 두어야 하고, △자본금을 1억원 이상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관계자에 의하면, 산림청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벌채업에 종사하는 생산자(일명: 목상)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이 법의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영세 목상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림청이 목재법을 이용해 자신들을 없애고 큰 업체들만 살아남게 하려고 한다는 것.


한 벌채업계 관계자는 “설명회 이후 원목 생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영세 목상들은 이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지 걱정하고 있다”며, 반면 “설명회에 참석해 조용히 자리를 지키던 대형 유통업자들은 발 빠르게 마치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산림청 산하의 사단법인 설립을 위해 회원사들을 모집해 약 150여명의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내 원목 유통량의 20% 이상을 점유하는 몇명이 회장단이 되었는데, 특히 회원모집 과정에서 소규모 생산자들에게 협회에 가입하면 벌채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도 “자신들이 산림법인을 인수하거나 영세한 목상들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라며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산림청의 국유림매각기준을 보면 입목을 벌목 후 생산한 원목을 매각하는 입찰에 참여하는 자격은 아무런 제한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벌목하지 않은 입목매각 입찰에 참여하는 자격에도 △벌채허가 등을 받아 벌채한 실적이 있는 자 △임업 및 산촌 진흥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에 따른 임업인으로 돼 있는데, 임업인의 자격은 연간 90일 이상 임업에 종사하면서 12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거나, 산림조합조합원으로 가입하거나, 본인 소유의 산림이 있는 자로 규정돼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림청의 목재법 하위법령 제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법제정인지 모르겠다”면서 “목재산업의 육성이라는 목재법의 목적에 따라 현실적인 기준을 만들고, 영세업체를 도태시킬 게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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