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법률컬럼] 채권자와 제3채무자가 동일인인 경우의 가압류/압류 가능성은?


◆ 많이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근로자의 임금채권은 직접 지급이 원칙이며, 법률상 상계가 금지됩니다. 근로자를 소송대리하여 체불 임금/퇴직금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상대방인 고용주들이 늘 하는 주장 가운데 하나가, 자기들도 오히려 해당 근로자한테 받을 돈이 있다는 것입니다(예컨대, 근로자의 불성실한 업무수행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의 배상청구라든지, 근로자 대신하여 근로자 부담분의 4대 보험료를 낸 것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청구라든지 말입니다).
 
◆ 그러나 앞서 말한 임금/퇴직금의 상계금지 원칙 때문에 그와 같은 고용주들의 주장은 법정에서 아무 소용이 없게 마련입니다. 유효한 상계항변이 될 수 없기에, 고용주로서는 결국 별개 소송이나 반소로서 근로자를 상대로 그와 같은 '받을 돈'을 받기 위한 소송을 따로 제기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근로자에게 급여도 지급하기 힘들 정도로 회사의 사정이 힘들어진 고용주로서는, 그와 같은 법률적 지식도 없고, 변호사 등을 통해 법적 조력을 얻을 금전적 여유도 없는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별소나 반소를 통해 근로자에게 해당 금원의 청구를 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게 되고, 결국 근로자가 임금/퇴직금 소송에서 승소하여 강제집행을 하는 데도, 그리고 오히려 고용주 자신이 근로자에게 받아야 할 돈이 더 많을 수도 있음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 그런데, 이런 상계금지 원칙에도 불구하고, 고용주가 해당 근로자에 대한 채권(손해배상 등)을 근거로 해당 근로자의 고용주에 대한 체불 임금/퇴직금 채권을 가압류/압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즉, 현행 집행법상 채권의 가압류/압류에 있어 채권자와 제3채무자가 동일인이어도 무방하고,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상계가 금지될 경우 가압류/압류를 인정해 줄 실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 통상의 채권 가압류/압류라면, 채권자, 채무자, 제3채무자가 따로 있고,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한 자기의 피보전채권(집행채권)을 근거로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피압류채권)을 가압류/압류합니다. 반면, 채권자와 제3채무자가 동일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채권을 근거로, 채무자의 자기에 대한 채권을 가압류/압류하게 되는 것입니다.

◆ 결국 위와 같은 예에서 고용주들은 근로자의 임금/퇴직금 청구 소송에 대하여 해당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등 반대채권을 바로 상계 주장하지 못하더라도, 그 반대채권을 근거로 근로자의 자기에 대한 임금/퇴직금 청구 채권을 가압류/압류(보통은 채무명의를 획득하기 전이어서 가압류가 될 것이나, 때로는 근로자에 대한 집행력부 공정증서를 취득하고 있는 등의 경우 바로 본압류가 가능하겠습니다)함으로써, 그에 따른 처분금지효력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퇴직금 채권 행사를 막을 수 있겠습니다.

박준상 대표변호사(베리타스 종합법률사무소)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는 단순한 기업 운영의 요소의 수준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과정을 거치며 독특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적 갈등 수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오고 있다.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여름철인데 바닷가에 하얀 눈이 내렸더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 한마디는 우리 바다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여름 해변을 뒤덮은 '하얀 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티로폼 양식장 부표 쓰레기다. 이들은 햇볕과 거친 파도에 쉽게 부서지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