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 현대 • 기아차의 위기인식과 대내외적인 탈출전략이 필요한 지금

미국 환경보호청(EPA) 조사에서 현대 • 기아차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20개 차종 중 13개 차종의 공인 연비(燃費)가 실제보다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기아차는 EPA의 시정 권고를 받아들여 13개 차종의 연비를 갤런(3.78L)당 1~4마일(1.6~6.4㎞) 낮춰 표기하고, 해당 차를 산 90만명 전원에게 보상금을 평균 100달러 주기로 했다. 보상금 총액은 9070만달러, 990억원에 이른다. 나름대로 현대•기아차는 연비 측정에 오류가 있었다며 사과하고 보상 방침을 밝혔다. 재빨리 대응했지만 사실상의 대규모 리콜로 이미지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금번 연비 하향조정 대상에는 현대•기아차의 2011~2013년형 북미 판매 모델 20개 차종 가운데 주력차종 13종 대부분이 포함됐다. 판매 대수는 90만대로 지난 3년간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분의 30%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연비 조정을 권고한 사례는 일부 있지만 이번처럼 10개 이상의 차종에 대해 전면적인 조정 권고를 한 적은 없다고 한다. 환경보호청은 현대•기아차 일부 차종의 연비가 과장됐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자 현대•기아차 전 차종에 대해 연비 검증에 나섰다. 연비 정보가 잘못 표시된 차를 산 소비자들에게 운행거리만큼의 연료비를 현금으로 지급하게 되면 그 금액만 8000만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의 연비 시험 절차상 규정 해석과 시험 환경•방법의 차이 때문"이라며 의도적으로 연비를 과장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 EPA가 10개 이상 차종에 대해 무더기로 연비 조정 권고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소폭이기는 해도 연비가 과장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은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리면서 경쟁 업체들의 집중 견제를 받기 시작하면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최근 수년간 미국 약진을 타 자동차업계에서 눈에 가시처럼 보고 있던 상황에서 경쟁 업체들의 실제 이의 제기가 있었다고 한다. 유럽에선 프랑스 정부가 현대•기아차의 덤핑 혐의를 제기하며 EU 집행위에 한국 자동차 수입 규제를 위한 '사전 동향 관찰'을 요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연비의 과장기재는 도덕성문제를 포함하여 향후 판매전략에도 구사하고자 했던 바를 놓칠 우려가 있어 아쉬움이 더한다.

결국 현대•기아차가 이런 견제와 공격을 뚫고 나가려면 특유의 품질과 기술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과거 포니수출로 부터 시작된 저력있는 돌파정신을 잊지 말고 과감한 리콜과 파격적인 이미지 회복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와 함께 우리 내수 시장에 대해서도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회사차원의 인식 변화의 계기로 삼고 개선에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내수에 있어 독과점 양상에 대하여 전개했던 가격 정책 및 품질관리 부분에 대한 리모델링을 포함한다.  과거에 비해 가격, 품질에 대한 부정적 국민의견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고, 자동차 시장의 빠른 개방압력을 늦추고 가격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정부와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는 새로운 이미지 구현이 요구되는 때가 아닐까 한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연비에 대하여 동일한 형태의 홍보와 마케팅이 구사되었다면 이는 미국에서만 잘못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에서 받은 시정조치와 같은 동일한 보상은 어렵겠지만 상응하는 국내 개선방침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현대•기아차도 이제 연간 생산 대수가 700만대를 훌쩍 넘는다. 그만큼 품질 관리가 훨씬 어려워졌고 업계 견제도 커졌다. 현대•기아차는 아무쪼록 이번 계기를 통하여 과감한 이미지 변혁의 계기로 삼고 양적(量的) 성장을 넘어 질적(質的) 도약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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