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노동부, 현대차 불법파견 1명 문제로 안봐…문제는 박근혜

타 사업장 불법파견 적발하면서 정작 현대차는 조사도 안해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현대자동차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사내하청(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근로자 1명에 한정된 문제라고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사정감독당국인 고용노동부는 이를 불법파견 판단기준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지난달 22일 노동부는 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사내도급의 불법파견 여부에 대해 비정규직과 사내도급을 다수 활용하는 주요 대기업 60개 사업장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 조사를 통해 총 3개사에서 불법파견 사례를 적발해 총 216명을 원청에서 직접고용토록 조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발표와 관련, 잘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노동부가 이번 조사에서 현대차 측이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고 있는 최병승 조합원의 대법원 판결 내용을 새롭게 추가·적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23일 대법원은 현대차 불법파견 사태에 대해 "원고(최병승)가 종사한 자동차 조립 등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가 舊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에 따라 근로자파견사업이 허용되는 업무에 포함되지 않고, P기업(현대차)이 근로자파견사업의 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같은 법 제6조 제3항 본문에서 정한 직접고용간주규정의 적용이 배제될 수 없다"며 "원고는 P기업에 입사한 2002년 3월13일부터 2년이 경과한 이후 계속해 참가인에게 파견되어 사용됨으로써 2004년 3월13일부터 사용사업주인 참가인과 사이에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확인해본 결과, 노동부는 사업장의 불법파견 여부 판단을 위한 '근로자파견 기준 점검표'에 대법원의 판결문에 제시된 불법파견 판단 기준들을 반영했다.

추가된 기준은 ▲원청이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수행할 작업량과 작업방법, 작업순서를 결정하는지 ▲작업공정 또는 컨베이어벨트에 원·하청 근로자들과 혼재해 배치돼 있는지 ▲원청이 미리 작성해 교부한 작업지시서에 의해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지 ▲사내하청업체 소속 현장관리인 등이 하청 노동자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고 해도 원청이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한지 여부 등이다.

즉, 노동부는 대법원의 현대차 사업장에 대한 불법파견 판단 기준에 대한 보편타당성과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며, 현대차가 불법파견이라는 자체적 판단 기준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노동부가 지난달 비정규직과 사내도급을 다수 활용하는 주요 대기업 60개 사업장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조사를 실시할 당시 현대차를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금속노조와 현대차비정규직지회의 원청 및 사내하청 사업주 파견법 위반 고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 이를 기다려야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제38조 및 제46조에 따르면, 노동부는 불법파견으로 의심되는 사업장에 직접 근로감독을 파견해 불법파견 여부에 관해 조사하고 자체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행정권한이 있다.

따라서 노동부는 검찰의 수사를 빌미로 행정권한 행사를 미루고 있는 셈이다. 이는 노동권에서 다른 사업장들과 마찬가지로 즉각 현대차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대법원 판결 원고인 최병승 조합원 이외의 불법파견 근로실태에 대한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노동부가 자체적으로 현대차에 불법파견 문제가 있다고 본 이상, 파견법 제6조의 2 및 제46조에 의거 사용사업주에게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지난달 근로감독을 통해 3개 기업에 직접고용 명령을 내린 것과 같은 조치를 현대차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파견법 제5조, 제6조의 2에 따라 제조업의 생산공정업무는 파견근로자의 사용이 엄격하게 금지되며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사용자가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 것과 별개의 행정조치이기도 하다.

만일 현대차가 직접고용 명령을 불이행한다면 노동부는 근로자 1인당 최대 3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현대차가 신규채용 대상자로 제시한 3000명과 현대차비정규직지회에서 주장하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인 사내하청 노동자 7000명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들에 대해 이채필 노동부장관의 발언대로 법정 최고금액의 과태료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가 납부해야할 과태료는 최소 900억원에서 최대 21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편, 노동권 일부에서는 노동부가 현대차에 대해 행정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를 박근혜 당선자와 연관짓고 있다. 이는 박 당선자가 대선경쟁 당시 다른후보들과 달리 유일하게 현대차와 동일한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지난 10월 박근혜·문재인·이정희·심상정·안철수 후보에게 현대차 불법파견 해결 공개질의서를 보냈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 전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15일 늦게 답변을 보낸데다 "현행법상 소송결과는 이를 제기한 당사자에게만 적용되고 소송 당사자가 아닌 경우에는 새로이 소송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의 정규직 전환 판결을 최병승 조합원 개인 판결로 국한한 것이다.

또한 판결 당사자인 최병승 조합원이 소속돼 있던 사내하청업체를 승계한 現 사내하청업체를 폐쇄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현대차에 대한 청문회 및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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