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자수첩] 한진중공업 복직 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박성민 기자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정리해고 됐다가 최근 복직된 후 천막농성을 해오던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21일 전해졌다. 그의 죽음의 원인은 생활고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휴대전화에 남긴 유서에는 "가진자들의 횡포에 졌다. 심장이 터지는 것 같다."라고 적혀 있었으며 절망감이 나타나 있었다. 두 아들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그는 장기간의 정리해고와 휴직으로 비롯된 생활고로 힘겨워 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정리해고가 되고 난 뒤에는 누나와 함께 술가게를 운영했지만 잘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가 남긴 유서에는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라며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원 죽으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이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현재 한진중은 지난 2010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을 벌였던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지회를 상대로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사측은 당초 지난해 11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최소화한다"는 노사합의에 서명했지만 개인이 아닌 노조를 상대로 한 손배소는 철회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그의 죽음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한진중 사태를 보게 한다. 그를 포함, 지난달 초 해고된 92명의 해고자들은 함께 복직했으나 회사에 일거리가 없어 휴업발령을 받은 상태였고 지난 6월 7일부터 198일째 천막농성을 벌여온 상태였다. 

한진중 노조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는 복직자 출근 이틀 만에 무기한 휴업 발령을 냈으며 여전히 금속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지난 19일에는 지회가 운영하던 소비조합을 강제 폐쇄했다. 또 26일까지 회사가 노조 사무실을 공장 밖으로 옮기지 않으면 강제 폐쇄하겠다고 하는 등 탄압을 일삼자 절망감과 생활고 때문에 그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지적했다.

천막농성 중인 금속노조는 ▲회사정상화 ▲노조파괴 중단 ▲손배소 철회 ▲휴업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았고, 이에 노조는 그의 죽음에 대해 사측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 복직대기자(해고근로자) 92명이 복귀한 건 지난달 9일이었다. 정리해고를 통보받은지 1년9개월 만이었다. 그러나 같은달 12일 이들 복직자들에게 무기한 휴업발령이 떨어졌다. 일감이 없어 700여명의 정규직 생산인력 중 500여명이 6개월씩 돌아가며 유급휴업을 실시하고 있는 마당에 복직 근로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리 만무했기에 이들로서도 예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현재 한진중 근로자들은 기약없는 순환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복직자 측에서는 회사가 명백한 경영상의 실패를 인정치 않고 "노사분규로 수주가 어렵다"라며 일감이 없는 것을 노동자의 책임으로 몰았다는 비판이 들려졌다. 경영상의 실패라는 말은 지난 2006년 필리핀에 수빅공장을 지은 뒤로 조선경기 호황 속에서도 영도조선소가 거의 수주를 못한 것, 그리고 지난 2010년 영도 조선소의 핵심인 설계부문을 분리시킨 것을 두고 나오는 얘기다.

영도조선소는 25만㎡ 규모의 작은 조선소이다. 지난해 11월 유럽 선사에 선박 2척을 인도한 것을 마지막으로 상선(商船)을 조립하는 도크(선박제조설비)는 현재 텅텅 비어 있다. 2008년 9월 이후 매출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상선부문에서 계약이 전무하다. 한진중은 지난 2분기 매출 6천377억원에 1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설계부문 분리란 한진중이 지난 2010년 12월 단행한 정리해고를 말하는 것이다. 사측은 지난 2009년 12월 노조에 '회사 생존을 위한 인력조정 및 설계부문 분리관련 노사협의'를 요청하면서 인력조정 계획을 통보했고 생산기술팀, 산업기술연구팀 등 기술부문에 대해 별도 법인을 설립해 분리했다.

그가 옷에 넣어둔 A4 용지 2장짜리 유서엔 '158억원'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는 노조를 걱정한 것이었다. 한진중은 "회사가 잘 돼야 근로자가 산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 때문에 일감이 없는 것이라는 이와 같은 말은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사측은 노조의 주장인, 노조를 상대로 한 손배소까지 철회함으로써 다시 한번 회사가 잘 될 수 있도록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 조선업계는 최악의 불황에 빠져있다. 전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유럽 재정위기로 돈줄이 바짝 말라 유럽 선사(船社)들이 기존 발주물량까지 잇따라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는 현대중공업 조차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을 정도다. 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얼마 전 남해안과 중국 다롄(大連)을 돌아본 뒤 "우리 조선업이 지속 가능할지 걱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진중의 경쟁상대는 사용자가 아니라 '세계 시장'이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할 수 있는 건 노사가 뭉쳐 경쟁력 있는 조선소를 만드는데 힘을 쏟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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