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외칼럼] 그림 속 조선시대 대목장 1

서범석 기자

태평성시도, 太平城市圖, Taepyeong seongsi-do, A painting of a walled city during an age of peace, 18세기 후반, 작가 미상, 각 113.6×49.1, 견본채색, 국립중앙박물관
태평성시도, 太平城市圖, Taepyeong seongsi-do, A painting of a walled city during an age of peace, 18세기 후반, 작가 미상, 각 113.6×49.1, 견본채색, 국립중앙박물관

 

중국의 경우 송대에 편찬된 『영조법식』과 청대의 『공정주법』에 당대 건축기술이 잘 정리돼 있다. 특히 청대 황실건축의 설계를 주관한 양식뢰 가문의 설계도면과 모형 등이 남아있어 대목장의 역사와 기술이 잘 전해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16세기 이후 목수집안에서 가전서 형태로 만들어진 여러 종류의 기와리서木割書 및 에도시대 교토의 목수 우두머리로 궁전이나 막부관계 건축공사를 담당한 나카이中井 가문의 문서를 통해 대목장의 흔적이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기술 문헌은 거의 전하는 바가 없고 중요한 건물을 지으면서 기록한 영건의궤 및 영건일기에서 건축기술에 관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지난호에 소개된 건축공사의 전말을 일정한 체제에 따라 기록한 상량문과 영건의궤 및 영건일기는 조선시대 장인의 역사를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번호에는 조선시대 그림 속 대목장의 모습을 찾아 나선다.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태평성시도」는 성곽 도시의 다양한 생활 모습을 그린 8폭 대형 병풍이다. 화려한 건물이 가득 들어차 있는 거리에는 수레와 인파가 가득하고 상점들은 손님들로 인해 북적거린다. 혼자 또는 무리지어 오고가는 사람들은 상업, 수공업, 건설, 농경 등에 종사하며 결혼, 장원급제, 귀부인의 나들이 등 도시민의 삶을 누리고 있다. 특히 목재 다듬기, 석재 다듬기, 기둥과 대들보 맞추기, 기와 올리기, 집 담장 터 닦기, 벽 바르기 등 주택 건축의 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배치한 점이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화성성역華城城域에 사용했던 녹로도 등장해 주목된다. 중국 화풍의 영향을 받아 중국적 요소와 조선적 요소가 혼재하지만 원근법, 건축 표현법, 인물의 묘사법 등에서 조선후기 회화의 양식과 공통점이 있어 조선후기 작품으로 판단된다.

 

기산풍속도화첩, 箕山風俗圖畵帖, A sketchbook of cultural landscape painted by Kim Jun-Geun with a pen name of Gisan, 조선말기, 김준근, 27×19.5, 서울역사박물관
기산풍속도화첩, 箕山風俗圖畵帖, A sketchbook of cultural landscape painted by Kim Jun-Geun with a pen name of Gisan, 조선말기, 김준근, 27×19.5, 서울역사박물관

기산풍속도화첩(箕山風俗圖畵帖)
조선말기의 사회 풍속을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이 그린 화첩으로 수량은 총 98장이다. 김준근은 당시 주류 화단의 작가는 아니었으나 당시 조선에 입국한 서양인들의 수요에 의해 풍속도화첩을 제작 판매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 이외에도 네덜란드, 러시아, 독일 등 10여 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김준근의 풍속화첩을 소장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본은 1895년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98장 그림 모두 배경없이 인물 위주로 묘사됐다. 그림 중에는 장례, 혼례, 형벌 등 김준근 풍속화 이전에는 없던 화제畵題도 등장한다. 전통건축과 관련해서는 ‘목공木工’ 그림이 주목된다. 나무를 톱으로 자르고 있는 목공 옆에 척尺, 대패, 먹통 등 각종 도구가 놓여있어 당시 1명의 목공이 작업시 어떤 도구들을 사용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 장에 ‘원항기산元港箕山’이라는 명기가 있어 김준근이 원산에서 제작한 작품일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조선의 사회 생활상과 풍속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화첩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직도, 耕織圖, A painting related to plowing and weaving for farming, 조선시대, 작가 미상, 각 137.2×33.5, 국립민속박물관
경직도, 耕織圖, A painting related to plowing and weaving for farming, 조선시대, 작가 미상, 각 137.2×33.5, 국립민속박물관

 

경직도(耕織圖)
1년 열두 달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농가의 생활상을 각 폭에 색채로 묘사한 12폭 병풍 경직도이다. 목수가 대패로 나무를 다듬다가 제대로 됐는지 눈 대중으로 살펴보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경직도」에는 목수가 농가 생활에 필요한 여러 물품을 만들기 위해 목재를 가공하는 모습이 여럿 나타난다. 


자료제공_수원화성박물관(담당 학예팀 오선화 031.228.4209)
에디터 _ 박광윤 기자 pky@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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