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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포문을 열자마자 화제의 드라마로 떠오른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 노상훈, 제작 KBS미디어/MI Inc.). 쟁쟁한 두 사극에 맞서 얼마만큼 선전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장르 불문하고 시청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무기를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승산이 있다.
첫째, 적재적소 캐스팅. 출연진 개개인의 네임 밸류를 넘어서는 뭔가가 ‘직장의 신’엔 있다. 첫 방송에서 단연 화제는 주인공 미스김, 김혜수였다. 뭐든지 만능인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 비현실적인 캐릭터지만 “언제나 당당한 이미지를 구축해온 김혜수이기 때문에 현실에서도 가능할 법하다”는 찬사가 나올 정도로 김혜수란 존재는 빛을 발했다. 70년대를 연상케 하는 히피 패션에 아프로 스타일을 변형한 긴 웨이브 헤어로 장규직(오지호)을 처음 마주할 때의 포스에선 코믹하면서도 당당한 카리스마가 묻어났다. 검은 정장 차림에 목 끝까지 잠근 셔츠, 2대 8 가르마에 망사 머리끈. 자칫하면 촌스러운 스타일마저 김혜수화해 트렌디한 ‘오피스룩’으로 재탄생시킬 조짐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코믹 연기부터 무표정한 얼굴, 군대식 말투, 패션까지 조목조목 화제가 되면서 화려하게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김혜수. 그녀는 분명 ‘직장의 신’의 성공을 이끌어 갈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미스김이 더욱 돋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직神’ 캐릭터들이 적재적소에서 그 존재감을 빛냈기 때문이다. 장규직 역의 오지호는 본인을 철저히 망가뜨리는 ‘살신 코믹’ 연기로 ‘코믹황제’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미스김의 약을 바짝 바짝 올리다 미스김의 강력한 한 방에 KO패당하는 캐릭터로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는 것. 미스김이 “저 빠마머리 씨는 내 상사가 아닙니다!”라며 장규직을 향해 외칠 때의 당당함. 이는 보는 이에게 가슴이 뻥 뚫리는 후련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데, 미스김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유치한 초딩멘탈 캐릭터를 오지호가 완벽히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정주리 역의 정유미에겐 이미 ‘취준생(취업준비생) 대변인’이란 수식까지 붙었다. 정주리란 캐릭터 하나에 녹아 든 88만원 세대를 자신만의 색깔과 연기력으로 자연스럽게 대변해내고 있다. 우직한 무정한 역의 이희준과 엄친딸 금빛나 역의 전혜빈에게도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배역과 배우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지기 때문.
소재와 형식의 신선함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계약직 여사원이 주인공이 되긴 이번이 처음인데, 여배우가 사실상 원탑주연으로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것 역시 드문 일이다. 형식도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물과 차이가 있다. 다큐멘터리 방식을 일부 차용, 차분한 내레이션과 자막처리가 자칫 가볍게 흐를 수 있는 극에 무게감을 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나아가 2013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감의 힘’이 ‘직장의 신’엔 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얘기가 아닌 2013년 대한민국 식품회사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다. 대놓고 계약직을 무시하는 장규직의 막말에 미스김은 칼퇴근, 회식 거부, 야근 수당 등을 당당히 요구, 통쾌함을 선사한다. 동시에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촌철살인의 한마디가 들어 있다. 미스김의 대사가 벌써부터 호응을 얻으며시청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유다. 그녀의 활약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한편 우리 주변의 인물들과 닮은꼴인 극중 다양한 역할들을 통해 깨알 재미와 카타르시스도 경험할 수 있다.
실제 단 2회 방영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청자 게시판엔 실제 계약직 사원의 사연부터 “출근하기 싫은 월요일이 드라마 때문에 기다려진다”는 글까지 드라마에 공감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배꼽 빠지게 웃기지만 의식 있는 개념 드라마. 월요병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는 속 후련한 드라마가 ‘직장의 신’이다.
골치 아픈 막장 복수극에 지친 시청자들, 뻔한 멜로드라마에 식상한 시청자들,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고 싶은 개념 찬 시청자들의 채널은 과연 어디로 고정될까.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진진해지는 KBS 2TV ‘직장의 신’ 이 과연 사극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월화극의 절대강자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KBS미디어/MI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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