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자수첩] 공정위, 남양유업에 면죄부 부여하겠다는 건가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가 언론을 통해 "남양유업 불공정행위의 과징금은 잘해야 수억원일 것이다"며 "만약 남양유업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신제품이나 안 팔리는 물건의 판매 촉진 활동을 했다면 공정거래법 등을 적용해 처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남양유업에 대한 실효적인 공정위 제재가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까지도 '갑'은 불공정행위로 처벌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판매장려금, 목표합의제 장려금, 인센티브 등의 명칭을 가진 정책을 밀어내기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장려금, 인센티브 등의 성과급 제도는 관련 업계에 광범하게 퍼져있으며, 갑의 '밀어내기'가 대부분 공정위 관계자의 발언대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의 판매 촉진 활동'에 해당한다.

이러한 가운데 공정위는 불공정행위 판정에 관해 '판매목표 미달성시 불이익을 주는 경우'라는 자체 심사기준에 따라 판매목표 강제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 '불이익'을 실질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밀어내기'는 면죄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한 시민단체가 사례를 들며 지적했던 한국타이어 가맹사업 'T-Station'의 경우, 장려금을 받지 못하는 가맹점은 영업지역이 보호되지 않는 경쟁 구조에서 지속적인 가격경쟁력 상실로 이어지는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다. 농심 특판점의 경우 판매장려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는 '갑'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사유에 해당되어 '을'에게는 심각한 불이익이 된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의 발언대로라면, 공정위는 '불이익'을 매우 형식적으로 해석해 영업 환경과 계약 내용에 따라 구조화된 불이익은 제외하고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직접적인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으로만 해석하는 듯하다. 공정위가 이런 입장이라면 판매장려금이나 인센티브 제도를 악용한 업계의 광범위한 '밀어내기' 관행을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공정위는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유제품 업계의 '밀어내기' 관행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한다고 했지만, 이같은 발표가 '여론 무마용'에 불과한 것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공정위가 현행 제도와 법령으로 이러한 밀어내기 관행을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낀다면, '경제검찰'로서 마땅히 법과 제도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공정위가 스스로 만든 불공정행위의 유형별 심사 기준에 따라 전산조작, 협박과 폭언을 동원한 '밀어내기'조차 실효적 제재를 하기 어렵다면, 이것은 불공정행위 심사기준에 대한 공정위의 해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 줄 뿐이다.
 
결국 공정위의 '재벌·대기업 편들기' 태도 때문에 전속고발권 폐지를 포함해 공정거래 사안 일반에 대한 공정위의 독점적 규제 권한이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는 전 국민이 남양유업 사태의 처리 결과를, 나아가 구입 강제나 판매목표 강제와 같은 '갑의 횡포'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 의지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는 단순한 기업 운영의 요소의 수준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과정을 거치며 독특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적 갈등 수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오고 있다.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여름철인데 바닷가에 하얀 눈이 내렸더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 한마디는 우리 바다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여름 해변을 뒤덮은 '하얀 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티로폼 양식장 부표 쓰레기다. 이들은 햇볕과 거친 파도에 쉽게 부서지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기자의 눈] 다이소 제품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

다이소에 대해 매우 잘 아는 한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였다. "다이소 물품에 발암 물질이 엄청나게 많다. 난 이걸 잘 알기 때문에 다이소 물건 쓰지 않는다"며 "가습기 살균제? 이것도 다이소가 제일 많이 팔았다"라는 말을 했다.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물품들이 많아 많은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지인의 이 말을 듣고 '싼게 비지떡(값싼 물건은 품질이 나쁘다)'이라는 속담이 생각나며 불안감이 들었다. 싸다고 자주 찾고 있지만 싼만큼 품질에 대한 불안에 더 노출 돼 있다는 점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美 소화기학회에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했다.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2024 미국 소화기학회(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 이하 ACG)'가 열린다. 셀트리온은 이 학회에 참석해 짐펜트라의 글로벌 3상 임상 결과 발표와 제품 우수성을 알린다.

[기자의 눈] 화재 사고 EQE 350 배터리 공급사 밝혀오지 않은 벤츠 코리아..이유는

인천 청라 국제 도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플러스 화재 사고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해당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의 제조사와 관련해 회사 방침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서 보통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출시 때 배터리 제조사를 숨기지는 않는데 벤츠 코리아는 EQE 출시 때 납품 업체 정보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화재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의 파라시스 에너지이다. 글로벌 10위 업체다. 해당 업체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중 1.8%를 공급하고 있으며 주류 업체가 아니다. 벤츠는 해당 제조사와 2018년에 파트너쉽을 맺었고 2020년에 약 1550억원을 투자, 지분 3%를 확보했다.

[기자의 눈] "로켓 배송 중단" 엄포 놓은 쿠팡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140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쿠팡은 이후 "'로켓 배송'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라는 엄포성 발언을 했다. 공정위 제재에 반박을 해야하는 상황임은 이해하나 매우 노골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우리를 건들면 많은 이들이 지금 누리는 편리함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함축 돼 있는 듯 들려졌다. 쿠팡은 이 외에도 "25조원 투자가 중단 될 수도 있다"라는 말도 했고 20일 예정됐던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쿠팡이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해 들어온 것은 맞는 것으로 보여진다. 쿠팡이 지금 제공해주는 것들이 사라지면 많은 한국인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궁지에 몰렸다고 바로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인식을 남겼다. "건드려봐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