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 금융지주회장 잔칫상에 재뿌리지 말라

산은 금융지주 회장 인사에 이어 KB 금융지주 회장 선정이 또 시끄럽다. 현 정권 들어서 두 번째 금융계 인선 잡음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지주 회장을 할 수 있고 임영록 KB 금융 사장은 경제 관료 출신이지만 3년간 재직해 외부인사라고 보기도 애매하다고 덧붙였다.

액면 그대로 보면 큰 문제가 없는데 왜 이 말이 화근이 되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을까.

신위원장 발언 이틀 후인 3일 KB금융 회장 추천위원회는 공교롭게도 임사장을 포함해 4명의 인터뷰 대상 후보군을 선정하였고 오늘 심층 면접을 통해 내주에 이사회를 개최하여 회장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임사장이 유력한 가운데 민병덕 국민은행장이 추격하는 사실상 2파전으로 보고 있는 것이 지배적이다.

임 사장은 행시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과 금융정책국장, 제2차관 등 금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모피아 출신이다. 물론 신 위원장은 KB 금융은 민간 금융사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사에 대해 개입할 수 없다는 단서까지 친절히 달았지만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쓰지 말라고 뭔가 석연치 않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관료 출신인 임사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라고 대놓고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 노조도 신 위원장의 부적절한 발언을 철회하고 부당한 인사 개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신 위원장은 억울한 측면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어찌됐든 신 위원장 언급대로 정부지분 하나도 없는 KB 금융 지주 회장 선임에 대해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백번 양보해도 옳지 않다. 우선 불순한 의도로 해석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신 위원장의 제식구 감싸기 발언 배경이 청와대 지시라면 윗선이 누구인지 밝혀야 하며 KB 금융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추위 위원들도 외풍에 흔들림 없이 소신대로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당초 4일 내정자가 발표될 농협 금융지주 회장도 선정 작업이 돌연 연기 되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기 사유가 후보 검증에 필요한 판단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것인데 뭔가 이상하다. 유력 후보군으로 현재 정용근 전 농협중앙회 신용부문 대표와 외부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출신인 배영식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다.

IMF 외환 위기와 외환은행 불법매각,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 등 일련의 대형 금융참사의 중심에는 항상 회전문 인사가 판친 금융 모피아 출신들이 있었다. 부패한 금융 모피아 출신들이 있는 한 지난 16년간 반복해서 발생한 금융 참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역대 정권의 금융계 밀실인사는 청와대에서 주도 면밀하게 이뤄진 정실(情實)주의(favoritism)와 파벌(派閥)인사가 설친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중 하나가 장관과 기관장들의 회전문 인사와 낙하산 인사 폐해 근절이다. 금융 수장의 발언대로 금융지주 회장에 관료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선임된다면 공약에 반할뿐더러 대다수 국민들도 용납할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MB 정부의 금융계 4대 천황이라는 단어는 금번 금융 지주회장 인선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백일을 갓 넘은 박근혜 정부의 순항을 위해서도 말이다. 

금융이 제대로 서야 창조금융을 통한 제2 한강의 기적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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