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 166개 역외펀드 전수조사 시급하다

IMF 외환위기를 촉발시키는데 크게 한몫 했던 종금사의 역외펀드 실체 일부가 드러났다. 지난 16일 뉴스타파의 7차 명단 발표에서다. 우선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 등 사회지도층 인사 20여명의 조세회피처 페이퍼 컴퍼니와 해외 비밀계좌 개설 사실을 밝힌 뉴스타파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뉴스타파 보도자료에 나오는 역외펀드는 삼양 종금이 버진 아일랜드 해외투자 목적으로 IMF 외환위기 발생 직전인 1997년 11월 설립됐다. 무엇보다 의혹이 이는 것은 설립 시기다. 삼양 종금의 역외펀드 사건을 이해하려면 우선 외환위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IMF 환란 발생원인은 관치경제와 정경유착, 기업의 부실화와 금융회사 동반 부실화, 금융 감독 소홀 및 종금사 인허가 남발, 부실한 외채관리, 뒷북친 위기 인식과 정책 실기였다.

 

특히 IMF 외환위기의 주범이 국내 금융기관의 대기업앞 몰빵 대출과 은행들의 해외지점 난립이었다. 1993년에 175개였던 해외 점포가 1997년에 273개로 늘었다. 아울러 종금사들의 무분별한 인허가 남발로 30개의 종금사가 난립해 부실 및 파산의 원인이 됐다. 그런데도 정부와 금융당국은 관리감독을 소홀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국내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유동성 관리 및 위험 관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외국의 금융회사로부터 단기차입을 확대했다. 그 결 과 우리나라의 단기 외채 비중이 1991년 44%에서 1997년 11월말에는 55%로 과도하게 증가했다. 기아 부도 당시 30개 종금사에서 받은 대출이 무려 3조6천억원이었는데 당시 금융회사들과 대기업, 이를 감독할 금융당국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 심각했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증권사와 투신사,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경쟁적으로 역외펀드를 설립해 1997년 말에 펀드수가 166개에 이르렀다. 기관투자가들이 금융감독의 무풍지대였던 해외에서 펀드를 고위험, 고수익 위주로 운용했으나 이에 대한 규제장치가 미흡했다. 급기야 1998년 4월에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의 파생금융상품 사고가 터져 국내은행들이 2조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SK 증권이 설립한 역외펀드에 지급보증을 잘못서는 바람에 일어난 초대형 금융사고였다.

 

이번 뉴스타파 공개 명단에는 예금보험공사와 정리금융공사의 임직원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예보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퇴출된 삼양종금의 해외 자산을 회수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예보의 해명자료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대목이 여럿 발견된다.

 

특히 그동안 페이퍼 컴퍼니 운영 사실을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국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예보 해명대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고 이를 통해 수천만 달러를 회수했다면 공개해야 하고 오히려 자랑을 해야하지 않을 까.

 

그러나 예보는 이와는 정반대로 이 유령회사를 십년 넘게 베일에 가리고 감독기관이나 국회에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았고, 관련 기록이 얼마나 보관되고 있는지 확인도 안되고 있어 궁금증은 눈덩이 처럼 커지고 있다.

 

국회는 당장 삼양 종금 역외펀드 사태 진상 파악에 나서고 IMF 외환위기 발생 직후인 1997년도말 운영됐던 166개 역외펀드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회는 삼양 종금의 이번 역외펀드 사태를 IMF 환란 당시 국내 금융회사들의 역외탈세 추적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국내 금융 회사들의 역외탈세가 이렇게 구체적인 증거로 나온 사례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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