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타파가 보도하고 있는 조세회피처에 오르내리는 노블레스들의 기사를 보면서 떠올리는 대목이다. 천년만년 지나도 들키지 않고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을 것 같던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들이 굴비 엮듯이 드러나니 관련된 세도가들과 명망가들은 잠깨나 설치며 죽을 맛이라고 한다.
이유야 어떠하든 이억만리까지 찾아가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으니 지하경제 양성화와 역외탈세 추적에 혈안이 된 과세당국에서 오해받기 십상이다. 오이 밭에선 아예 신발 끈도 고쳐 묶지 말라는 속담처럼 지금의 논란은 그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짜증나지만 조세피난처에 숨겨둔 유령회사 기사들을 당분간 더 볼 것 같다. 조세회피처 프로젝트를 연일 보도하고 있는 뉴스타파가 지난 15일부턴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전환해 계속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소싱이란 ‘대중’(crowd)과 ‘외부 자원활용’(outsourcing)의 합성어인데, 뉴스타파가 한국인 리스트를 죄다 공개한 후 외부 전문가나 시민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소위 방귀깨나 끼는 인사들을 이 잡듯이 찾아 내는 형태다.
크라우드 소싱은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또는 집단 지능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수의 컴퓨터 이용자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소통해서 만들어 내는 집단적 행위의 과정이나 결과물을 말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뜻이다.
국경 없는 자금들이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고, 과거와 달리 사회가 점점 융복합돼 가는 하이브리드 시대이기 때문에, 한 곳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나비효과’를 타고 지구 반대편까지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부 재벌 총수 일가들의 해외비자금이 딱 그렇다.
역설적으로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선 사전에 정보만 공유된다면, 위기 상황에서도 피해 규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집단지성을 긍정적인 사회양극화 해소에 사용할 수는 없을까. 협동조합이 대안 중 하나다. 전자에 언급한 역외탈세자 추적(크라우드 소싱)이 부정의 집단지성이라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동조합을 긍정의 집단지성이라고 칭하고 싶다.
자고나면 터지는 갑을문제와 역외탈세, 비리 기사들로 채워지고 있는 지면 한켠에는 조용히 협동조합이 물결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협동조합 설명회를 가보면 젊은 학생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석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직원 8만 명에 연 매출액이 32조원인 스위스 기업, 직원 8만4,000명에 총자산 53조원인 회사, 1억 명이 열광한 <태양의 서커스>가 달성한 연간 매출액 1조원, 미국 AP통신, 스페인 축구단 에프시바로셀로나(FC Barcelona)……. 이윤과 사회적 책임 모두를 쫓는 세계적인 협동조합들 이야기다.
지금 전 세계는 끊임없이 변혁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인류 문명을 추동시키고 있다.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시대에 성공적 협업과 집단지성을 통하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가능한 세상이다. 혼자 꾸면 꿈이지만 모두가 함께 하면 현실이 된다. 공존 자본주의에 대한 우리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KBS 라디오 시사고전(박재희 원장 진행)에 나오는 조선 후기 조희룡 선생의 빌림(借,차)시 한수를 옮긴다.
瘠骨崚嶒借歲月(척골릉증차세월) 雙眸夜夜此燈開(쌍모야야차등개) 世間萬里皆相借(세간만리개상차) 明月猶須借日廻(명월유수차일회)
구부러진 허리는 힘들게 세월을 잠깐 빌렸다 가는 몸이요, 두 눈동자는 밤마다 잠깐 빌려서 켜는 등불에 불과하도다. 세상의 온갖 이치 모두 서로 잠깐 빌렸다가 가는 것인데 휘영청 뜬 밝은 달 역시 햇빛을 받아 돌고 있구나.
올해도 반이 지나간다. 매화꽃과 살구꽃을 키운 가지가 어느새 청매실과 살구를 뚝뚝 떨어뜨리며 새벽잠을 설치게 한다. 권력과 물질에 집착한 이들에게 협동조합에도 한번 집착해보라고 전하고 싶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2/image.jpg?w=288&h=168&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