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칼과 꽃’이 남긴 것, 의미있는 시도와 열연 퍼레이드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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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넘어선 건 사랑이었다.

지난 5일 최종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 KBS 특별기획드라마 ‘칼과 꽃’은 결국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남녀 주인공 모두 칼에 찔려 최후를 맞이한 것.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복수 그리고 천륜을 넘어선 사랑이었다. 

무영(김옥빈)은 죽은 아버지 영류왕(김영철)의 원수를 갚기 위해 연개소문(최민수)에 또다시 칼을 겨눴지만 복수 대신 고구려에 대한 당부의 말로 뜻을 전하며 칼을 거뒀다. 대신 그 칼끝을 자신에 돌린 무영. 하지만 남은 생을 그녀를 지키기 위해 살겠다던 연충(엄태웅)이 나타나 무영의 자결을 막았다.

그 때 날아든 분노의 칼.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나날이 이성을 잃어가던 연남생(노민우)은 아버지를 죽이려는 계획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칼로 무영을 찌르기에 이르렀다. 무영 앞에 막아선 연충. 칼은 연충의 몸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무영을 향해 날아든 남생의 칼. 연충의 죽음을 목격한 무영은 스스로 남생의 칼을 받아들였다. 죽어서라도 함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는 두 남녀의 슬픈 눈빛. 칼과 꽃은 아쉽게도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을 맺었다.  

칼은 증오, 꽃은 사랑이다. 어찌됐건 증오는 사랑을 이기지 못했다. 증오는 하지만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 원수지간 선대의 어긋난 운명 속에서 사랑에 빠진 남녀의 비극적 운명을 다룬 멜로드라마 '칼과 꽃.' 멜로드라마이지만 후 고구려의 어지러운 정국과 등장인물들의 복잡 미묘한 갈등 구도를 리얼하게 그려낸 칼과 꽃은 통상적인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뛰어넘는 스케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극중 인물들의 스케일도 남달랐다. 나라의 앞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공주와 그런 공주를 사랑하는 연충. 영류왕, 연개소문, 보장왕, 장포, 소사번, 양문 등 수 많은 극중 인물들은 고구려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갔고 고구려를 누구보다 사랑했다는 데에서 결국 같은 마음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김영철, 최민수, 엄태웅, 김옥빈 등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명불허전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던 드라마이기도 한 ‘칼과 꽃’. 심도 깊은 내면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온주완, 노민우 등 젊은 배우들의 재발견도 큰 수확이다. 충정어린 왕의 오른 팔에서 쿠데타를 주도한 배신자로, 연개소문의 꼭두각시로 전락하자 복수를 계획하며 미친왕으로 돌변한 척 극중에서 연기를 하기도 했던 온주완. 치밀한 연기로 한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보장왕이란 인물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쿠데타 이후 극 중후반에 연개소문의 적장자로 등장해 '미친 존재감'을 남긴 노민우도 화제가 된 인물. 여자보다 예쁜 외모에 여성스러운 말투까지 더해져 부드러운 이미지로 등장한 노민우. 하지만 그는 질투와 증오심, 열등감에 휩싸인 남생이란 캐릭터를 만나 극중에서 가장 잔인한 인물로 거듭났다. 

‘칼과 꽃’은 대하사극의 기존 관습을 과감히 깬 실험작이기도 했다. 기존의 방식을 탈피한 영상과 미장센, 그리고 음악.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장대한 스케일이 압권이었던 사극이었다. 연극적 요소를 드라마에 합친 것도 새로운 시도였다. 실제 극단 '여행자' 단원들이 드라마에 총출동 수준 높은 공연을 안방극장을 통해 최초로 실연하기도 했다. 

‘칼과 꽃’이 남긴 메시지는 극중 연개소문의 쿠데타로 숨진 영류왕이 생전에 했던 말일 것이다. “칼은 꽃을 베기 위함이 아니라 꽃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 꽃을 지키기 위해 순순히 남생에 잡혔던 공주, 생포되는 공주를 지키기 위해 남생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던 연충의 친모, 공주 대신 칼에 찔려 쓰러졌던 연충. 칼은 꽃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도구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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