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해오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지난 21일 철회했다.
분할·합병 임시 주주총회를 8일 앞둔 시점에 재검토(보완·개선)해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한건 지난 3월이었다.
그러나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던 방안에 대해 일제히 반대하기를 권고했었다. 합병 비율이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됐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현대모비스 분할 신설법인과 현대글로비스의 합병과 관련,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다음 행보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왔던 지적들을 참고해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나와야 되는 상황이다. 핵심 역할은 현대글로비스가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분 30.0%를 가지고 있다. 순환 출자 고리를 끊고자 하지만 대주주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할 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향후 합병 비율에 대해 재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해 주총에 재상정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기도 하다. 주주들의 반대가 단순히 분할 비율이 현대모비스에 불리하기 때문인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모듈 부문의 저수익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AS 부문 분할의 사업적 타당성 자체에 대한 의문 제기도 있었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당초에는 현대모비스의 핵심 사업인 모듈과 AS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한 뒤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하는 방안이 추진됐었다. 이처럼 되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3단계 방안에 대해 전했다. 1단계는 현대모비스 인적분할을 통해 지배회사(존속법인)와 모듈·AS부품 회사(신설법인)를 설립한 뒤 재상장하는 것이다. 2단계는 대주주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30%)과 현대모비스 분할 신설법인의 지분(7%)을 기아차가 보유한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16.9%)과 교환하게 된다. 3단계는 현대모비스 분할 신설법인과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것이다.
3사 분할·합병 안도 거론됐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를 각각 사업부문·투자부문으로 분할하게 되고 이후 3사의 투자부문만 합병해 지주사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대안으로 현대차·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도 거론됐다. 대주주들이 직접 현대모비스 지분 23.2%(기아차·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 보유분)를 매입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시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M&A 등을 통해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을 높인 뒤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할 수도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추진이 단기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략 재정비, 주주 의견 수렴, 기준실적 업데이트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순환출자 해소와 현대차 금융 계열사나 증손회사 지분 문제 등을 해소하면서 법적·행정적 절차를 만족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3세 승계 작업과도 연관된다. 본래 개편안 대로 진행이 됐다면, 정 부회장의 지배력이 커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인데, 그대로 진행이 됐다면 현대글로비스 합병법인 지분과 기아차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 교환으로 약 9.6%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게 됐었다.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6.3%를 사들이게 되면 지분율은 16%까지 높아지게 됐었다.
그러나 개편안에 대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가 잇따랐고,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포기했다. 당시,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이 반대 주장을 공개적으로 계속했고 외국인 주주들의 표를 모았다. 전 세계 의결권 자문시장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 ISS(Institutional Shareholders Services)의 반대 권고가 결정적이었다. 현대모비스 주주의 절반 가량은 외국인 주주들이다. ISS 권고가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도 어려움이 됐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의 지분 9.82%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이런 상황으로 현대차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은 물 건너간 것이라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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