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뒤 1년 이내에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물인 스타틴 치료를 시작한 사람은 진단 후 5년 이내에 스타틴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10년 후 치매 발생 위험이 15% 낮았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병원 툼마스 테른하마르 박사 연구팀은 31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학술대회(ESC Congress 2026)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스타틴 치료 시작 시기와 치매 발생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2006년부터 2019년까지 덴마크에서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사람 가운데 이전에 스타틴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13만2천585명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2021년 말까지 추적 관찰했다.
연구 대상자는 스타틴 치료를 제2형 당뇨병 진단 후 1년 이내에 시작한 그룹, 1~5년 사이에 시작한 그룹, 진단 후 5년 이내에 스타틴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눴다. 이후 각 그룹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치매 발생 여부를 비교했다.
추적 관찰 기간의 중앙값은 7.1년이었으며, 전체 연구 대상자의 2.7%에서 치매가 발생했다.
분석 결과, 제2형 당뇨병 진단 후 1년 이내에 스타틴 치료를 시작한 그룹은 진단 후 5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그룹과 비교해 10년 동안 치매가 발생할 상대적 위험이 1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틴 치료를 진단 후 1~5년 사이에 시작한 그룹 역시 같은 비교 기준에서 치매의 상대적 위험이 10%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관찰연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부 편향을 줄이기 위해 무작위 임상시험을 모방하는 방식인 '복제-검열-가중치 설계(target trial emulation)'를 적용해 분석했다.
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해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고 LDL 콜레스테롤 상승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어 적절한 지질 관리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고령화와 함께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발생하는 치매 부담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등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을 관리해 인지기능 저하 위험을 줄이는 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스타틴이 치매 발생을 직접적으로 예방한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연구 대상자의 치료 여부와 건강 상태를 관찰한 연구이기 때문에 스타틴 복용과 치매 위험 감소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테른하마르 박사는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 중 조기에 스타틴 치료를 시작한 사람이 10년 내 치매 위험이 가장 낮았다"며 "이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적시에 스타틴 치료를 해야 할 중요한 잠재적 이유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틴은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있음에도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충분히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연구는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적시에 스타틴 치료를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잠재적인 이유를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심장학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이사벨 곤살베스 교수도 이번 연구의 의미와 한계를 함께 강조했다.
곤살베스 교수는 "이번 연구가 스타틴 치료의 치매 예방 효과를 입증한 것은 아니지만, 당뇨병 진단 후 스타틴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치매 위험 감소와 관련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 저널 '랜싯 지역보건-유럽(The Lancet Regional Health – Europe)'에도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 관리뿐 아니라 장기적인 인지건강을 고려한 치료 전략을 마련하는 데 추가적인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제 진료에서는 개인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혈관질환 위험, 동반질환 및 복용 약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타틴 치료 여부와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