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하마스 유엔 결의 무시한 이유는?

팔레스타인 가자사태의 분쟁당자사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60호를 전면 거부하면서 양측간의 무력충돌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스라엘은 9일 내각회의에서 안보리 결의 수용 대신에 '3단계 작전'에 돌입, 개전 초기 가자 북부에 집중했던 지상군을 가자 중부와 남부지역으로 확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맞서 하마스도 결사항전을 다짐하는 등 양측간의 대결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스라엘이 결의안을 거부한 가장 큰 이유는 이집트와 가자 국경에 자리잡은 `필라델피 통로'의 지하 땅굴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문제의 땅굴을 통해 이란과 시리아산 무기를 밀반입해온 만큼 이 땅굴을 마냥 방치할 경우 머지않아 가자에서 60km 떨어진 텔아비브까지 카튜샤 로켓이 날아오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로서는 중립성과 객관성이 담보되는 다국적군을 파견해 라파 국경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집트 정부는 자국 영토에 외국군이 주둔할 필요가 없으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EU(유럽연합)의 기술적 지원을 받는 이집트 군이 감시하면 하마스의 무기 밀반입 등을 무난히 차단할 수 있다는 상반된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가자 남부 라파 접경을 타격권역으로 하는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 이집트 정부가 라파국경을 통한 하마스의 무기반입 감시를 소홀히 할 경우 이집트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 형국이다.

이스라엘은 또 하마스에 납치된 길라트 샬리트 상병의 신병 인도와 관련해 명확한 해결책이 전제돼야 한다며 휴전 합의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이 안보리 결의를 거부한 가장 큰 이유는 이스라엘이 안보리 결의를 수용할 경우 가자지구에 대한 하마스의 통치권을 인정하는 셈이 되는데다 하마스가 아직 휴전을 절실히 원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하마스에 대한 부분적인 수술 보다는 대수술을 가하는 방식으로 작전 목표를 수정, 이스라엘 남부의 안보환경을 완전히 바꿔놓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군사작전 확대를 통해 파상 공세를 강화하면서 하마스 측에 최대한의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세에 몰린 하마스가 백기를 들고 나오거나 이스라엘과의 휴전 안에 좀 더 유연한 입장을 보이도록 공세적인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확대로 부담해야 할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남부 네게브 지역에서 가자도시를 모델로 한 가상훈련을 마친 수 천명의 예비군을 가자지구로 더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이번 공세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 여전히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는 하마스가 치고 빠지는 식의 전술로 이스라엘 군을 괴롭힐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진입하면 팔레스타인 주민과 섞여 위장한 뒤 이스라엘군이 수색을 거쳐 안전지대로 분류할 경우 다시 나와 이스라엘 군을 공격하는 전술을 구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스라엘 군의 인명피해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진단이 가능한 대목이다.

가자지구의 통치권을 인정받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하마스는 개전 초에 제기했던 가자국경 봉쇄 해제를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다. 휴전이 먼저가 아니라 가자 국경 봉쇄해제가 먼저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하마스의 안보리 결의 거부는 경쟁 정파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라파 국경을 감시하는 것을 막고 하마스가 명실상부한 가자 통치 세력임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하마스는 또한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항쟁을 계속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하마스 무장조직 '이제딘 알 카삼'이 이스라엘의 파상공세에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지만 아직 치명적인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하마스의 전략은 최대한 장기간의 소모전을 펼쳐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철수를 유도, 하마스가 끝내 가자를 지켜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또 한가지 가능한 전략은 결사항전을 통해 국제사회가 결국 하마스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하마스 측이 이집트의 휴전 안을 거부하는 이유로 이스라엘에 강경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시리아와 이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과 시리아가 하마스에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 휴전 안을 받아들이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개전 초부터 이집트와 극명한 입장 차를 드러낸 이란과 시리아가 이집트의 휴전 안을 반길 리 만무한 상태다. 이집트는 줄곧 하마스에 가자 사태의 책임을 돌렸고 이란과 시리아는 이집트 측이 이스라엘의 가자 작전에 공조했다며 이집트를 비난했다.

결국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분쟁 당사자 뿐만 아니라 이번 가자사태를 통해 영향력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는 물론 이집트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할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하마스가 다시 협상단을 이집트로 파견한 데다 유엔과 국제사회 역시 또 다른 형태의 휴전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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