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오바마, '배드뱅크' 설치할 듯

미국과 영국이 대대적인 구제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상황이 악화되기만 하는 것과 관련해 '극약 처방'인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18일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가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 민간 은행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이 방식에 대해 독일은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대조를 이뤘다.

곧 공식 취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데이비드 엑설로드 백악관 고문은 1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ABC 방송 '금주' 대담 프로에 출연해 오바마가 "은행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본다"면서 "은행이 납세자로부터 지원받은 돈을 (계속) 깔고 앉아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7천억달러 가운데 2차분 3천500억달러 집행에 변화가 가해질 것이라면서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또 1차분 집행이 비효율적이며 투명성도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로이터는 18일 오바마 행정부가 "하나 혹은 복수의 배드뱅크를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몇 천억 달러로 추정되는 모기지 연계 혹은 시중은행의 "악성" 부실채권을 처분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부실 채권을 추가 보증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실채권이 처리될 경우 투자자들이 은행에 다시 돈을 투입하고 은행도 대출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침체 장기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오바마측 구상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로이터는 지난해 공적 자금을 투입해 부실 금융기관의 지분을 매입하는 조치를 취하기 전에도 배드뱅크 설립이 한때 검토됐다면서 그러나 부실채권을 어느 수준에 인수해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실행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너무 싼값에 인수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은행 경영에 더 부담이 생기며 반면 비싸게 살 경우 세금이 낭비된다는 비판이 엇갈렸기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통한 소식통들은 부실채권을 전문 민간 투자자가 인수토록 하는 방안도 오바마팀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로이터에 귀뜸했다. 미국은 지난 1980년대에도 배드뱅크의 일종인 '정리신탁공사'(RTC)를 만들어 저축대부업계 파동을 정리하면서 모두 1천230억달러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당시 4천여 개의 저축대부조합 가운데 1천여 개가 파산했다.

영국 언론도 18일 고든 브라운 총리 정부가 최대 2천억파운드(미화 2천980억달러 가량)에 달하는 "악성" 부실채권을 보증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2단계 금융 구제안을 빠르면 19일 발표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브라운 총리도 "곧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AFP에 따르면 영국은 부실채권 정부 보증과 함께 은행간 차입을 정부가 보증하는 한편 정부가 지난번 구제를 통해 확보한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영국도 배드뱅크 설립을 포함한 새로운 금융 구제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그만큼 금융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전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의 배드뱅크 설립 조짐은 씨티그룹이 대대적인 구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4분기 82억9천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가시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씨티는 은행 영업(씨티 코프)과 위험자산 보유부문(씨티 홀딩스)를 분할하면서 우량 부문과 부실 부문(배드뱅크)으로 나누는 근본적인 구조 조정을 단행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BBC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도 미 정부로부터 200억달러의 지원을 받는 대신 그만큼의 지분을 재무부에 넘길 것이라고 전했다. BOA도 지난해 4.4분기 17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메릴 린치의 경우 지난해 4.4분기 적자가 153억1천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독일은 여전히 배드뱅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페어 슈타인브뤽 독일 재무장관은 18일자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자이퉁 회견에서 "독일 주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인수하려면 최소한 1천500억-2천억유로(미화 1천980억-2천600억달러 가량)의 공적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구상을 어떻게 의회에 제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런 제의를 하면 우리더러 미쳤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덴마크 정부는 18일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모기지기관 및 은행에 대해 모두 1천억크로네(미화 178억달러 가량) 등을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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