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건설·조선 2차 구조조정 지체

건설·조선사에 대한 2차 구조조정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은행들은 소형사 중심의 건설.조선사 구조조정을 위한 신용위험 평가 기준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은행들은 또 경영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이달 말 이후 확정되는 2008회계연도 결산 자료를 대상으로 신용위험을 평가키로 해 건설.조선사의 2차 구조조정 대상 확정 시기가 한 달 가량 늦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한 달 간 표류하던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가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적극 개입하기로 해 옥석가리기 속도가 빨라질 지 주목된다.

금융계와 산업계 안팎에서는 그러나 경제부처 장관 교체에 따른 구조조정 정책의 변화 가능성,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의 역할 재정립, 채권금융기관 간 이견 조율 등의 문제로 구조조정이 자칫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건설.조선 2차 구조조정 1개월 연기
5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은 금융권의 신용공여액 50억 원 이상인 시공능력 101~300위의 건설사 94곳과 중소 조선사 4곳의 구조조정을 위한 신용위험 평가 대상 자료로 2008회계연도 재무제표를 선택했다.

은행들은 이들 기업의 2008회계연도 재무제표 등의 결산 자료가 2월 말에서 3월 중순에 확정되면 이를 토대로 신용위험을 평가해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98개 건설.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대상은 당초 계획보다 1개월 늦춰진 3월 말쯤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은행들은 건설.조선업 신용위험평가 작업반(TF)이 이번 주까지 평가 기준을 만들면 2007회계연도 재무제표 등을 토대로 신용위험을 평가해 2월 중에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7회계연도 재무제표로 평가하면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은 데다, 1개월만 기다리면 2008회계연도 재무제표가 확정되는 만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금융권은 결론을 내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08회계연도 재무제표를 봐야 기업의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며 "2차 신용위험 평가 대상 기업들은 1차 때와는 달리 규모가 작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 3월 말쯤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는 "이번 평가 대상 건설.조선사들은 소형사여서 구조조정 효과가 미미해 1개월 정도 늦어져도 별 영향은 없다"며 "오히려 경영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이번 주까지 마련키로 했던 건설.조선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기준도 여유를 갖고 마련키로 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평가 기준을 미리 발표하면 기업들에 혼란만 줄 수 있다"며 "작년 말 재무제표에 맞춰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하기 때문에 기준도 천천히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 채권조정위, 구조조정 개입 검토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채권조정위원회의 역할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는 구조조정을 위한 신용위험 평가 기준 마련 시기부터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관계기관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채권조정위원회 관계자는 "건설.조선사에 대한 2차 구조조정을 위한 신용위험 평가 기준 마련 등의 과정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 구조조정 전반에 어느 정도 개입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으나 업무의 범위는 종전과 비교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위원회가 앞으로 채권금융기관 간 이견 조율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나 구조조정 전반을 진두지휘하던 1998년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위상과 역할은 미미할 것이라고 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조정위원회 위원들은 1월 초 새로 선임된 이후 뚜렷한 활동 없이 시간을 허비했다.
조정위원회는 현재 채권은행과 보험사의 중소조선사 RG(선수금환급보증) 지급액 기준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 구조조정 지체 우려
전문가들은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전반적으로 느슨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속도감이 떨어지면서 지금까지 추진해온 구조조정의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조선업 구조조정의 경우 채권조정위원회가 자금 지원액 부담 기준을 마련한다고 해도 RG(선수금 환급보증) 문제 등으로 은행과 보험사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채권단은 외국 재보험사와의 관계도 얽혀 있어 채권단 합의가 단기간에 도출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보험사들이 주채권금융기관을 은행만 맡도록 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조항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점도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꼽힌다.

건설사에 대한 2차 신용위험 평가 때도 비재무항목 반영 등의 문제로 건설사와 은행들 간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시장, 금융기관 간 상당한 견해차가 발생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구조조정 속도가 늦고 강도도 약해지는 것 같다"며 "기준 마련도 중요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강력한 주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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