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美 주택압류 소송 봇물·· 재판 전광석화

판사 질문 2개에 15초만에 판결 '뚝딱'

"사건번호 136번. 웰스파고 대 에드워드 캘러헌 사건."
"당신은 현재 그 집에서 살고 있고, 모기지를 갚고 있습니까?"(판사)
"둘 다 아닙니다."(피고)
"당신의 집은 45일 내에 매각될 것입니다. 판결 끝."(판사)
판사의 질문 2개에, 재판에 걸린 시간은 15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미국에서 주택경기 침체로 집을 살 때 대출받은 모기지를 제때 갚지 못해 압류되는 주택이 급증하는 가운데 플로리다주 리카운티 법원의 이같이 전광석화 같은 재판정 모습을 전하면서 주택압류(포어클로저)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소개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주택가격 급락과 신용경색으로 주택압류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 2천750억달러를 투입해 900만명에게 주택담보대출 상환부담을 낮춰주고 집을 차압당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이날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급증한 주택압류로 소송이 쏟아지고 있는 법원에서는 처리할 사건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고, 특히 모기기 연체가 미국 내에서도 가장 심각한 플로리다의 경우 주택시장 위기가 법원 시스템을 초강력 5등급 허리케인 처럼 강타하고 있다.

쌓이는 소송에 리카운티 법원은 하루에 1천건 가까운 사건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있고, 판사들은 퇴직한 동료까지 불러내 업무를 도와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재판이 얼마나 신속한지는 손드라 힐 스콧의 재판에서도 확인된다. 판사는 재판이 시작되자 모기지를 갚고 있는지와 현재 집에 살고 있는지를 물었고 스콧은 집에는 살고 있지만 모기지는 갚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뒤 자신이 준비한 서류를 판사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나 판사는 "그것을 볼 필요가 없다"며 60일 내에 은행과 합의를 하던지 집에서 퇴거하라고 판결했다. 재판에 걸린 시간은 20초.

주택 경기가 붐을 이룰 때 앞다퉈 주택을 구입했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모기지를 갚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급증해 대출기관이 집을 대거 압류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관련 소송은 밀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리 카운티 법원의 경우 2년 전만 해도 주택압류 관련 사건은 1천900건 정도였지만 올해초에는 2만4천건으로 급증했다.

이렇다 보니 법원은 쌓여만 가는 주택압류 소송 건수를 줄이기 위해 속전속결로 재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택압류 소송의 피고 상당 수는 해당 주택을 구입만 해놓고 살지는 않는 투기꾼들로, 이들은 재판정에 나타나지도 않고 소환에도 응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법정에 나오는 주택 소유자들은 판사에게 말할 수 있는 시간에 몇초 밖에 안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판사들은 주택 소유자들의 딱한 사정은 알지만 재판을 길게 끌만한 법적인 다툼의 소지가 없기 때문에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의 주택압류 대책이 플로리다의 주택압류 사태를 어느 정도 막을 수도 있겠지만 리카운티 법원의 관계자들은 이 지역의 실업상태에 있는 많은 거주자와 주택 투기꾼들은 결국 집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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