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클린턴 지칭한 ‘北 폭정’의 의미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연이어 북한의 민감한 부분을 직설적으로 건드려 그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20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회담 뒤 가진 회견에서 북한을 `폭정'(tyranny)이라고 지칭했다.

 

폭정이라는 단어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번영의 성취는 북한의 폭정과 빈곤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고 말하는 과정에 포함돼있다. 북한은 그동안 `폭정'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5년 1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지명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쿠바, 이란 등과 함께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 of Tyranny)라고 규정하자 북한은 이를 빌미로 한동안 6자회담 참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물론 클린턴 장관의 이날 발언은 북한을 비난하기보다는 남북한의 발전상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나왔기 때문에 과거와 동일한 무게감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그가 회견에서 "우리는 현재의 정부와 협상할 것"이라며 북한 김정일 정권을 `정부'(government)로 지칭한 것도 부시 행정부에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온건한 접근법이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의 `폭정' 발언이 질의응답이 아닌 회담결과를 설명하는 모두발언에서 나왔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미리 준비한 발언이며 평소 비판적인 그의 대북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얘기다.

클린턴 장관은 최근에는 정부 당국자들에게는 금기에 가까웠던 북한 후계구도에 대한 발언을 해 파장을 낳기도 했다. 그는 19일 인도네시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미국 정부는 후계 문제를 둘러싼 내부 권력투쟁이 진행되고, 북한 지도체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인접 국가간의 긴장이 고조될 수 있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말한 것.

클린턴 장관은 20일 회견에서 "어떤 비밀 정보를 얘기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우리가 비상계획 등을 위해 모든 것을 다 고려하는 차원"이라고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북한의 반응에 따라 상당한 여파가 있을 수 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클린턴 장관이 정치인이어서 외교적 수사보다는 직설화법을 선호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과 함께 북한과의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필요없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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