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車산업 지원대책은 ‘군불 때기 중’?

뚜렷한 방향 없이 말만 무성하던 자동차산업 지원대책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국회 등 정치권과 업계 중심의 '민원수준'에 그쳤던 자동차산업 지원안에 대해 열쇠를 쥔 정부 부처들의 반응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내수와 수출을 불문하고 산업 전반에 타격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의 진원지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이 과감한 지원책을 쏟아낸 터라 '통상규범과의 배치' 운운할 시점은 이미 완전히 지난 분위기다. 이미 구체적 방안에 대한 논의는 물밑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 무르익는 정부 분위기


그간 정부 내에서 자동차산업 지원대책은 지식경제부가 앞장을 서고 실질적 수단인 세제와 예산 등 '돈'을 다루는 기획재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자동차 개별소비세 30% 한시 인하방안도 도입과정에서 두 부처 간 알력이 적지 않았다.

새해 들어 각국이 앞다퉈 자동차산업 지원책을 펼칠 때도 "지원책의 효과를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을 내놓았을 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왔던 정부에서 이제 분위기 반전이 감지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5일 브리핑에서 "윤증현 장관이 자동차업계 지원책에 대해 언급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지원대책과 관련해 "수출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장기적으로 구조조정과 노사문화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하라"는 언급도 덧붙였다.

공교롭게 같은 날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업무현황 보고에 나선 지식경제부도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자동차 수요진작 및 판매 활성화를 위한 추가 대책의 필요성과 효과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차 산업 지원에 확실한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짐작게 했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제너럴 모터스(GM) 및 크라이슬러에 대해 자금지원과 함께 이에 상응하는 구조조정 노력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정부 내부에서는 자동차업계 지원이 이뤄질 경우 임금 문제나 유연한 전환배치 등에 강력하게 제동을 걸어온 자동차 노동조합들의 분위기와 기조를 '노사관계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반드시 바꿔놓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 보조금.세제. R&D 지원 등 가지각색


정부가 자동차산업을 지원할 경우 어디까지 어떤 수단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타당성이나 효과에 대한 검토가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자동차산업의 엄청난 고용 및 산업, 수출 효과와 더불어 각국이 경쟁적으로 지원에 나선다면 한국만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지원책의 효과뿐 아니라 정치적 실행 가능성과 여론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유럽에서 시행 중인 신차 구입(또는 폐차 조건) 보조금 지급방안이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1999년 12월 이전에 구입한 차량을 폐차하고 친환경 신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1천50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승덕(한나라당) 의원이 10년 이상 된 2천cc급 이상 차량을 폐차하고 2천cc급 이하 차량을 새로 구입할 때 2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방안을 시행하려면 최소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슈퍼 추경'에 관련 항목을 반영해야 하지만 실행 여부는 불확실하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세제 지원이 있다. 구매 시 부담하는 취득·등록세가 모두 차 값의 7%에 달하는 만큼, 이 세금을 50% 이상 한시 감면하면 검토되고 있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있고 행정적으로도 간편하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역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무엇보다 업체들의 차 값 대폭 인하 등의 노력 없이 '혈세'를 퍼줘서는 안 된다는 반대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가운데 그린카 등 자동차 R&D 지원자금을 늘리는 방안도 나온다.

미국이 자동차업체들에 연비 효율 차량 개발 등을 위한 연방정부 에너지부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국제 통상규범상 논란이 될 소지도 적다.

그러나 현재 그린카 관련 R&D 자금으로 정부가 명시적으로 확보해놓은 것은 138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이를 획기적으로 늘린다 해도 소비 부진에 시달리는 완성차 및 부품업계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쌍용차의 법정관리나 정부, 산업은행에 대한 GM대우의 자금지원 요청에서 보듯, 완성차업체들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문제지만 이 문제는 완성차업체들의 사정이 전혀 다른 상태에서 함부로 거론하기 힘들다.

지경부 당국자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특정한 방안을 거론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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