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전화.메일받고 떠나는 직원들..

"인사팀으로부터 전화나 메일이 올까 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입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희망퇴직을 빙자한 사실상 강제해고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전체 인력을 10~15% 정도 줄여야 하는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서 근무하는 고참 직원들은 해고통지가 날아들까봐 잔뜩 긴장해 있는 상태다.

 

◇ 공기업 반강제적 희망퇴직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26일과 27일 양일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말이 희망퇴직이지 4일 인사에서 대기발령을 낸 11명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 강제해고나 마찬가지였다.

금융투자협회는 직원 수를 줄이고 남은 직원들의 실질임금을 5~10% 줄인 재원으로 인턴직원 20명 이상을 채용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15년 이상 근속자를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 18명의 신청을 받았다. 금감원 역시 초기에 희망퇴직 신청이 부진하자 본부장 회의를 소집해 신청을 독려하고 관련 부서에서 근무 평점이 낮은 직원에게 희망퇴직 제도를 설명하는 취지의 전화를 돌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23일까지 희망퇴직을 받았지만, 신청자가 28명에 불과하자 25~27일 2차로 받았다. 추가 접수과정에서 회사 측이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일부 사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유했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기준도 애매하고 설사 그렇더라도 이런 권유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도 지난달 16~19일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20년 이상 근속직원을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에 227명, 명퇴 요건에 해당하지 않은 조기퇴직에 26명이 각각 지원했다.

한전은 전체 직원 2만1천700명 중 11%인 2천400명을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해고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공기업에서 사실상의 강제해고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영효율화 계획에 따라 인력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하지만 희망퇴직이나 자연감소로는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경영여건이 악화된 민간기업에서도 희망퇴직으로 포장한 사실상 강제해고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고참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노동조합이 "명예퇴직이 아니라 사실상 권고사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지난달부터 연구개발 부문 인력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시행하고 있다.

◇ 금융권도 인력 감축 가능성
 

최근 경기침체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권에서도 인건비 줄이기가 한창이다.

은행권은 대졸 초임 삭감, 기존 직원 임금 재조정 등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 우리은행이 대졸 초임 연봉을 20% 삭감해 하반기 신입 채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 나머지 은행들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영 악화로 이익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이외에 다른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다른 회사들과 비슷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조에 운을 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반발 등을 고려할 때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 관계자는 "대졸 초임이든, 기존 직원이든 노사 합의를 거치지 않은 `임금 삭감'은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신입직원의 초임 삭감 역시 기존 직원들의 임금 테이블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권도 공기업처럼 강제 퇴직을 실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큰 폭의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경우,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위기 진행과 함께 금융기관 간 이합집산이 시작되면 희망퇴직으로 포장된 강제해고가 속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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