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없애고 금산 분리를 완화하는 내용의 관련법이 여야 진통 끝에 여당 단독으로 강행처리되면서 일단 입법화 관문의 8부 능선을 넘자 대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던 족쇄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며 환영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위기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규제 법안이 완화되더라도 당장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전망하는 등 투자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 재계 "늦었지만 다행"…"당장 투자확대 어려울 듯" = 전국경제인연합회 황인학 산업본부장(상무)은 "적극적으로 환영할 내용이다. 출총제는 기업을 키우는 것이 마치 죄를 짓는 것처럼 처벌하고, 성장기업에 페널티를 주는 것이었다"라면서 "출총제 폐지는 국제표준에 발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기업집단은 제도적으로 많이 성장했고, 경제위기 속에서 선전하고 있다"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출총제 폐지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산 분리 완화와 관련해서도 "유동성이 잘 흐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그렇다고 이를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로 보면 안 된다. 우리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은행 지분 소유 한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외국에 없는 대표적인 기업투자 관련 규제들이 이번에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 폐지 또는 완화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기업의 투자환경이 제도적으로 일대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대한상의는 "현재 투자여건이 좋지 않아 이번 입법조치가 당장 기업투자의 확대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를 내다보고 새로운 경영전략과 투자계획을 수립하려는 기업들이 신사업기회를 모색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한상의는 "특히 금산 분리의 완화는 은행 자기자본의 확충, 금산 공조를 통해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이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인터넷은행 등 신규 금융서비스가 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환영했다.
무역협회 오영호 부회장은 "이번 국회에서 금산 분리 완화, 출총제 개정안이 진전을 이룬 것을 환영한다"며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에 직면한 가운데 이번 법 개정이 기업의 국내 투자를 확대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부회장은 "앞으로 정치권은 현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잘 살펴 이외에도 한미 FTA 비준 등 경제관련 핵심 법안의 국회 통과에 힘을 모으는 동시에 각종 규제철폐와 기업 애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 움츠러드는 기업의 사기를 북돋우고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본부장은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임시국회에서 경제법안이 처리돼 다행"이라며 "특히 그동안 논란이 됐던 출자총액제 폐지 등은 국가경쟁력 제고와 기업의 투자를 촉발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쪼록 이번 경제법안 처리가 내수진작 등 위축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 넣고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기업들, 투자와 은행업 진출에 조심스러운 행보 = 이번 관련법 개정으로 산업자본(기업)의 시중은행 지분소유 한도가 현행 4%에서 10%로, 산업자본의 사모펀드투자회사(PEF) 출자 한도는 10%에서 20%로 높아지면서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이 활짝 열렸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은행 투자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또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에 따른 투자 확대와 관련해서도 말을 아꼈다.
삼성은 지난해 경영쇄신안 발표 때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은행주식 보유 규제 완화로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을 전망이다.
출총제가 완전히 폐지되면 삼성그룹 역시 출자와 관련한 규제를 더는 받지 않게 돼 투자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삼성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투자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LG그룹도 금산 분리 완화나 출총제 폐지 소식에 "영향받을 부분이 거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선 금산 분리 완화와 관련해 지난 LG카드 사태 당시 "금융업에 다시 진출하지 않겠다"라는 원칙을 천명한데다, 실제로 현재 지주회사 ㈜LG가 금융계열 자회사를 한 곳도 거느리고 있지 않다. 또 LIG손해보험은 지난 1999년 일찌감치 계열 분리가 됐고, LG투자증권도 지난 2005년 우리증권에 합병됐기 때문이다.
LG는 출총제 폐지 역시 법 개정을 통해 관련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도 지난 2003년 3월 국내 대기업 중에서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자회사들끼리의 출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해당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현재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등을 통해 부산은행의 지분 14%가량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랐고, 지난해 12월에는 코스모투자자문을 629억 원에 인수하면서 자산운용업에도 진출하는 등 금융업에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따라서 금산 분리가 완화될수록 장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롯데 측은 주변 여론 등을 의식해 공식적으로는 금산 분리 완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롯데 관계자는 "나중에 롯데가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많이 취득하고 나면 그때는 혜택을 볼 수 있겠지만 당장은 혜택을 입게 되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산 분리 완화가 은행의 지분 소유구조에 좀 더 융통성을 부여해 자본의 효율적 사용이 가능해지는 부분과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 해소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금산 결합에 따른 금융부실화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타이어가 출자총액제한 규정을 받아왔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신규 사업영역에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제약을 받는 부분이 없어졌다는 자체만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환영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출총제 폐지는 재계의 투자 의욕을 높이고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조치로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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