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일본.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대통합'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세계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 '다국적 군'의 주요 공격 목표가 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와 전문가들은 대체로 "통합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며 크게 긴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 무르익는 대만.日.美 대통합 시나리오
로이터통신은 5일 대만 정부가 6개월안에 통합 반도체 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이날 정부 주도로 통합 D램 반도체 회사 '타이완메모리'(가칭)를 설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부 지분은 50% 미만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만 정부는 일본의 엘피다, 미국의 마이크론을 통합 반도체 회사의 파트너로 삼기 위해 3개월안에 관련 논의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4일 인치밍(尹啓銘) 대만 경제부장 역시 대만 정부가 반도체 산업개편 차원에서 국가 주도의 D램 메이커 설립을 총괄할 관련 전문가를 임명할 예정이고, 이번 합병 계획에는 일본 엘피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과의 제휴 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세계 메모리칩의 20% 이상을 공급하던 대만 반도체산업은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급락으로 현재 한계 상황을 맞고 있다.
◇ 국내 업계.전문가 "통합 위력 없어..오히려 기회"
대만 정부의 계획대로 실제 통합이 이뤄질 경우, 단순 산술상으로 이들 대만과 일본, 미국의 8개 업체의 점유율 합은 무려 42%에 육박한다.
이는 현재 업계 1위와 2위인 삼성전자(30.3%)와 하이닉스(19.4)의 점유율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기술력'이 곧 생존의 원천인 반도체 산업에서 단순 점유율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국내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현재 마이크론과 엘피다가 60나노급 D램을, 대만 업체들이 더 뒤쳐진 70~80나노급 공정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만약 공정 통합이 이뤄져도 오히려 생산 효율이 떨어질 수 있는데다 대만 생산시설은 '무용지물'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기껏해야 8개 기업의 통합 후 점유율은 25%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과거 LG반도체와 현대전자가 합쳐 하이닉스로 탄생할 당시, 일시적으로 점유율 1위에 오른 뒤 곧 떨어졌고, 일본 히타치와 NEC, 미쓰비시 등 3사도 통합 이후 점유율이 5위권까지 밀려난 사례가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은 특성상 '규모의 경제' 효과 보다는 업체간 기술을 통합하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고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합 후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연명'을 위해 합치는 회사들이나 대만 정부가 공격적 투자에 나설 여력이 전혀 없는 상태라는 점도 '종이 호랑이'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대만 정부가 2조원 가량의 지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현재 도산 직전인 대만 업체들의 일시적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빠듯한 규모"라며 "라인 하나를 새로 짓는데 2조~3조원이 드는만큼 당분간은 신규 투자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시장 플레이어 수가 줄어드는만큼, 그동안 업체 난립으로 공급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던 업계의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고 반도체 가격 회복 속도가 빨라져 한국 업체들에게 유리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앞으로 1~2년 동안 계속 대만업체들의 구조 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한국 D램 업체들은 이 시기를 잘 활용해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통합이 마무리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과 혼란을 이용, 기술 개발에 전력하면 현재 1~2년 정도인 해외업체들과의 격차를 2~3년까지 키워 저만치 더 앞서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2/image.jpg?w=288&h=168&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