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종잡기 힘든 이라크·· 석유개발 또 난관

야심 차게 추진되던 이라크 석유개발이 또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이라크 중앙정부의 석유 관련 권한을 틀어쥔 알-샤흐리스타니 이라크 석유장관이 2일(현지시간) 하태윤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또다시 한국석유공사와 SK에너지의 쿠르드 석유개발 건을 문제 삼으면서 앞으로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유전개발 입찰에서 배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새 정부가 지난 1월 우리나라가 오래 전에 확보한 해상유전 개발권을 무효화한 데 이어 중동의 이라크 정부까지 국내 기업의 유전개발에 제동을 걸고 나서 한국의 해외 자원개발이 또다시 벽에 부딪히게 됐다.

 

◇ 대통령 MOU에도 여전한 '쿠르드 문제 삼기'


알-샤흐리스타니 석유상이 그간 꾸준히 한국의 쿠르드 유전개발을 문제 삼아왔다는 점에서 보면 이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석유공사와 SK에너지 등이 2007년 말 바지안 광구를 시작으로 쿠르드 측과 현지 유전개발에 나선 이후 이라크 중앙정부는 "중앙정부를 거치지 않은 계약은 불법"이라며 거래선이었던 SK에너지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고 지난해 중앙정부 주관으로 실시된 이라크 유전개발 1차 입찰자격심사(PQ)에서 두 회사를 배제하는 등 강수를 둬왔다.


하지만 꾸준한 외교적 접촉 등으로 최근에는 쿠르드 유전개발 문제로 인한 양측간 '한랭전선'이 다소나마 풀리는 조짐을 보여왔다.


SK에너지가 지난해 말 더 이상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에 나서지 않는 조건으로 원유수입을 재개했고 중앙정부가 실시하는 2차 PQ에도 참가할 수 있다는 신호가 감지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지난 2월 하순 우리나라를 국빈방문한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 유전개발과 현지 SOC 건설을 연계하는 35억5천만 달러 규모의 사업에 합의하고 MOU에 서명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제 이라크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청와대와 정부도 "MOU 체결은 당초 회담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생산광구에 대한 계약체결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기까지 했다.


목표달성 일보 직전까지 간 것처럼 보였던 사안에 대해 이렇게 이라크 정부가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라크 정부 내부의 알력이 근본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 이라크 정부는 기본적으로 시아파와 쿠르드족 간의 연립정부 성격이다.


MOU를 체결한 탈라바니 대통령은 그 자신이 소수파인 쿠르드족 출신이며 말리키 총리 등은 다수인 시아파 계열로,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상태다.


탈라바니 대통령과의 MOU 체결에도 석유상이 나서 이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한 마디로 석유공사와 SK에너지에 대한 제재를 푸는 문제나 바스라 유전개발 MOU 같은 정책들이 내각의 완전한 정책기조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가 너무 조급하게 나섰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라크 중앙정부의 움직임이 한국 전체가 아니라 쿠르드 개발에 참여한 기업으로 한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쿠르드 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가스공사의 경우는 지난해 실시된 1차 PQ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라크 석유부가 주최한 1차 PQ 통과기업 상대 설명회에도 참석하는 등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 정부 "시간 걸린다"..2차 입찰자격심사는 코앞


정부 측은 알-샤흐리스타니 석유상의 갑작스런 입찰배제 발언에 내심 당혹하면서도 "시간을 갖고 해결할 문제"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모습이다.


우리 측으로서는 쿠르드지역과 바스라를 비롯한 남부지역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라크 내정문제를 조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장 2차 PQ가 4월 중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알-샤흐리스타니 석유상의 돌출발언이 나왔다는 점이다.


2차 PQ에서 석유공사나 SK에너지 같은 기업들이 자격을 얻기 힘들어지면 이라크 석유의 보고인 남부지역 유전개발은 일정을 알 수 없는 3차 PQ나 그 이후로 넘어가면서 '장기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이라크 중앙정부가 필요로 하고 있고, 우리가 강점이 있는 전후복구와 SOC 개발 등의 매력적 프로젝트를 제시하면서 지속적인 관계 개선을 해나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일 수밖에 없다"며 이라크 유전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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