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세제개혁에 맞서는 美기업들의 전략 4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기업의 세금 탈루를 근절하겠다며 다국적 기업을 겨냥한 세제개혁안을 발표했다.

현행 미국 세법은 기업들이 해외 영업을 통해 거둔 수익에 대해 무기한의 과세 이연 혜택(세금 납부를 유예하는 것)을 제공하는 한편 해외 자회사에서 지출한 경비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개혁해 기업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다.

이에 기업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세제개혁안은 미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12일 정부와의 '세금 전쟁'에 돌입한 미국 기업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세제개혁을 무산시키기 위해 어떤 전략들을 구사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 뭉치라, 그리고 즉시 행동하라 = 오바마 대통령의 예산안 구상이 윤곽을 드러낸 지난 3월 말, 200여개에 이르는 미국 기업들은 '미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대(PACE)'라는 조직을 창설했다. 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리겠다는 새 정부의 조세 개혁 구상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하나로 뭉친 것이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전미제조업협회(NAM), 미국 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까지 힘을 보탠 이 조직은 이후 미 의회에서 끊임없이 모임을 개최, '의원 포섭 작전'에 주력하고 있다.

PACE의 위력은 서서히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린 결과,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을 포함한 다수의 의원들이 "세제개혁안이 미국 기업과 경제에 미칠 충격을 평가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면서 세제개혁안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 '경제 프레임'을 활용하라 = 기업들은 오바마 정부의 세제개혁안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 경기 침체로 '경제'라는 단어에 민감해진 미국인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이들은 "미국 기업들이 현행 세법을 이용,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사실 기업들은 현행 세법이 보장하는 혜택에 힘입어 경쟁력을 키운 뒤 미국 내에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은 또 오바마의 세제개혁안이 통과되면 미국 기업들의 수익이 경쟁 업체보다 떨어져 급기야 미국 기업들이 외국 기업의 인수 합병 목표가 될 수도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 지연(地緣)을 최대한 활용하라 = 기업의 본사가 있는 지역을 지역구로 둔 의원을 포섭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기업들은 경기 침체기, 지역민의 '일자리 창출'에 목말라 있는 의원들과 접촉을 늘리면서 "세제개편으로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기업들은 또 본사가 있는 지역의 신문에 CEO의 특별 기고문을 보내 여론에 직접 호소하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 논쟁을 거시적 차원으로 끌어올려라 = 논쟁의 '판'을 키우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PACE는 오바마 대통령의 세제개혁안은 '미국 세법 개혁'이라는 거시적 차원의 틀에서 논의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 논점을 흐리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세제 개혁의 폭이 다국적 기업 관련 부문만이 아닌 세법 전체로 확대될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