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경제 보호막 해체…회복세 유지될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침몰을 막고 회복 기회를 제공해 온 보호막들이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

세계 경기와 국내 내수의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어서 보호막 해체로 경제가 다시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보호막 해제에 대비해 자구책을 강구해야 하며 정부도 정책 변화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우호적 금리.환율 '끝'

12일 한국은행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중 통관기준 수출이 22.6% 감소했지만, 원화기준으로는 5.4% 증가했다. 이는 상반기 환율이 작년 상반기보다 큰 폭 상승하면서 수출대금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급락하면서 하반기에는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원.달러 환율은 11일 1,239.10원으로 거의 한 달 전인 지난달 13일의 1,315.00원보다 75.90원 급락했다. 지난 3월 6일 장중 1,597.00원까지 급등하면서 1,600원을 넘보던 것에 비하면 350원 이상 폭락했다.

한 달에 제품을 100만 달러 수출하는 중소기업은 환율이 300원 급락하면 이익이 3억 원 감소하게 된다.

중소기업 운영과 가계 소비에 버팀목 역할을 하던 저금리 기조도 막을 내리는 모습이다.

6월 예금은행의 대출 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47%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상승하면서 두 달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은행권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주째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주택대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변동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도 이번 주 들어 두 달 만에 상승했다.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는 "3분기 몇 달 동안의 경제상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면밀하게 관찰해보겠다"라며 4분기에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정부의 재정확대.세제지원 줄어든다

그동안 정부의 재정확대.세제지원은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분기의 전분기대비 성장률 2.3% 가운데 승용차 세제혜택에 따른 효과만 0.8%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정책들이 서서히 철회된다. 일단 정부재정의 64.8%가 상반기에 집행됐고 7월 말까지는 70% 안팎에 도달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5개월 동안 투입될 재정은 30% 정도만 남은 셈이다.

물론, 상반기에 투입된 재정은 연말이나 그 이후까지 그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무래도 효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재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도를 올해 말로 종료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임시투자세액공제는 도입 후 20년가량 시행되다 보니 인센티브라기 보다는 보조금 형태가 됐다"면서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올해 말 일몰과 함께 끝내고
연구개발(R&D), 환경, 에너지 등 목적별 투자세액공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를 통해 기업들은 투자금액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받았으나 내년 이후에는 이런 혜택이 없어질 전망이다.

노후차량 교체에 대한 세제지원은 연말께 종료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노후차량 교체시 개별소비세와 취득.등록세를 70% 감면해주고 있다.

재정.세제지원이 줄어드는 것과 관련해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원자재價 상승, 물가 압박

그동안 국내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면서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처럼 우호적인 환경이 유지되기는 힘들다. 원자재가격이 올라 수입물가와 기업 채산성에 부담을 주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 원자재 19개 상품의 가격 움직임을 나타내는 CRB 선물지수는 지난 3월2일 200.34로 하락했지만 이달 10일 264.77로 작년 10월 수준까지 올라갔다. 작년 12월말 배럴당 34.66달러로 떨어졌던 두바이유는 최근 배럴당 71.72 달러에 거래돼 7개월여 만에 2배 넘게 올랐다.

동값은 톤당 6천125.25 달러로 작년 12월26일(2천809.50 달러)보다 2배 넘게 올랐고, 니켈도 톤당 2만124.50 달러로 지난 3월12일(9천374.00 달러)보다 2배 넘게 상승했다.

원자재가격 상승은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와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투기적 요인이 더해져 앞으로 더욱 오를 가능성이 있다.

원자재가격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들썩이면서 국내 물가에 영향을 주고, 가계 소비와 기업 채산성을 압박한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수입물가는 지난 6월 전월대비 5.1% 올라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반면 원자재가격은 비교적 크게 올라 수입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며 "곡물가격 역시 3분기에는 조금 떨어졌다가 4분기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최근 내수가 조금씩 회복되는 것은 금리 하락과 재정 효과, 자동차 세제 지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현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정책이 너무 빨리 변하면 경제 심리가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상황을 봐가면서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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