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은행, 이제는 채무차환 위기 직면

무디스 "2015년까지 10조弗 상환"..단기채 '눈사태' 경고

전세계 주요 은행들이 지난해에는 막대한 부실채권을 처리하는데 치중한데 이어 이제 앞으로 몇년간 다가올 몇조달러 규모의 채무 차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5일 보도했다.

저널은 '은행 채무 눈사태 해결에 고심'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은행들이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차환에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은행들이 2000년대 중반을 시작으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까지 싼 비용에 대거 차입한 것이 화근이라면서 금융 위기 속에 정부 보증을 받으면서 채권을 발행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초단기물인 점을 상기시켰다.

무디스는 이와 관련해 은행들이 2015년까지 상환해야 할 채무가 10조달러 가량이며 이 가운데 7조달러는 만기가 2012년으로 바짝 다가온 상황이라고 집계했다. 따라서 은행의 채무이행 신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디스는 은행 채권상환 기한도 지난 5년 사이 두드러지게 단축됐다면서 전세계 평균이 이 기간에 평균 7.2년에서 4.7년으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 보고서를 작성한 장-프랑수아 트랑블레는 저널에 은행의 채무이행 문제에 대해 "경고 사인을 보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미국과 영국 은행들이 심각해 미국의 경우 채권상환 기간이 7.8년에서 3.2년으로 줄었으며 영국도 8.2년이던 것이 5년 사이 4.3년으로 단축됐다. 보고서에는 그러나 개별은행 상황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저널은 전했다.

이에 대해 씨티그룹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 같은 대형 은행들은 그간 차환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지금도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산과 비즈니스를 매각해왔기 때문에 충당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저널은 씨티그룹의 경우 2010년 상환액이 300억달러 가량이며 2011년에는 395억달러, 그리고 2012년에는 593억달러를 각각 상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2010년에 554억달러, 그 이듬해에는 353억달러를 상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JP 모건 체이스 역시 2012년까지 만기인 채무가 1천300억달러 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JP 모건 간부는 최근 "(차환용) 채권 발행에 융통성을 보일 것"이라면서 "(차입) 여건이 양호할 때만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 관계자도 지난달 2010년 채권 발행이 150억달러 미만일 것이라면서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저널은 채무차환 문제와 함께 은행들의 재무 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왜냐하면 은행들이 금융위기 속에 그간 의존해온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한시적 유동성 보장 프로그램'(TLGP)이 지난달 종료됐기 때문이다.

저널은 은행들이 이 프로그램의 보증으로 발행한 채권이 상대적으로 단기물이라면서 이에 따라 2012년 이전에 상환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2년은 이들 은행이 호시절이던 지난 2007년 발행한 5년물 상환과 시기가 겹친다는 점에서 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변수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저널은 은행들이 정부 보증없이 채권을 발행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면서 한 예로 신용 등급 Baa인 은행의 경우 정부 보증채는 3년물 발행 금리가 1.3% 내외였던데 반해 정부가 보증하지 않는 10년만기 채권은 7.75%나 되는 점을 상기시켰다.

바클레이즈 캐피털 관계자는 은행들이 장기채 발행 압박을 받는다는 점을 주목하라면서 이들 은행의 채권발행 담당자가 '지금 발행하는 것이 싸게 먹힐지 아니면 6-12개월 후가 좋을지'에 '도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기본 금리가 향후 상승하면 그 파급 효과로 은행 채권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발행 비용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저널은 분석했다.

저널은 5-10년 만기의 장기채 발행 비용이 지난해 10월 이후 확연히 줄었다면서 그러나 아직도 2005년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한 예로 씨티그룹의 경우 지난 9월 5년만기 채권 20억달러 어치를 발행하면서 가산 금리가 미 국채대비 3.25%포인트에 달하는 5.5%의 수익률을 적용한 점을 상기시켰다. 이 가산율은 지난 8월 중순의 3.8%포인트에서 낮아진 것이기는 하나 2004년 씨티가 적용받던 0.73%포인트에 비해서는 크게 높은 수준이다.

저널은 이처럼 은행의 기채 부담이 상승한 것이 경제 전반에 또다른 타격으로 전가될 수 있다면서 가뜩이나 휘청거리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더 높은 금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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