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 체계가 한층 투명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위주의 대출금리 체계 대신 조달비용을 반영한 새로운 기준금리 체계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조만간 공동작업을 거쳐 새로운 대출금리를 체계를 만든 뒤 관련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연구원은 지난달 금융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CD금리를 대신할 대안 금리를 제시했지만, 은행들은 이를 공동으로 논의해 채택하는 것은 담합 소지 우려가 있다며 그동안 논의를 중단했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개별은행이 금리자료를 한국은행과 같은 정부 기관에 제출해 이를 평균한 평균조달금리가 공개되는 것은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림에 따라 담합 우려가 사라져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금융연구원은 당시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예금은행의 가중평균 수신금리와 제3의 기관이 공표하는 은행 자금조달 금리 평균치를 대안으로 내놨다.
◇"조달금리 반영한 새 대출금리 체계 제시"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조만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조달비용을 반영한 새 대출금리 체계를 논의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가 은행들로부터 예.적금,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자료를 받아 조달금리를 구한 뒤 주간 단위로는 신규 조달자금 평균 금리를, 월간 단위로는 잔액 기준 조달자금 평균 금리를 공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기준금리 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하려고 했으나 공정거래법상 담합 가능성이 제기돼 작업을 못했으나 공정위가 `담합이 아니다'라는 해석을 내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다만 "은행들이 합의해서 공동으로 평균조달금리를 그대로 이용하기로 하거나 개별은행의 금리 자료 또는 정보를 특정기관에 제출하기 전에 사업자간이나 사업자단체를 통해 교환할 경우 금리동조화가 발생해 공동행위에 이르게 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따라서 은행들은 은행연합회가 두 가지 기준금리를 제시하면 하나를 선택해 각각 내부 사정에 따라 가산금리를 책정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산정해야 한다.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대부분은 `CD 금리+가산금리'로 이뤄지며 은행들은 조달비용이나 고객 신용, 영업이윤 등을 감안해 가산금리를 결정한다.
하지만 기준금리인 CD 금리는 은행권의 조달비용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CD금리는 은행의 전체 자금조달 중 10%밖에 차지하지 않는데다 3개월짜리 단기상품이라서 변동 폭도 컸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금리변동위험을 피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들쭉날쭉하게 조정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특히 은행들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CD 금리가 급락하자 수익성을 만회하려고 신규 대출 때 가산금리를 터무니없이 높여 `배(CD금리)보다 배꼽(가산금리)이 더 큰' 기현상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16일 현재 CD금리는 2.83%이지만 은행권의 최고 가산금리는 3.2~3.79%포인트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이후 CD 금리는 3% 이상 낮아졌지만,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공격적으로 높이면서 실질적인 주택담보대출 금리인하 폭은 1%대에 머물러 대출자들의 불만이 커졌고, 급기야 공정위로부터 주요 은행들이 담합조사까지 받는 상황이 됐다.
◇은행권 "새 대출상품 만들 것"
은행들은 은행연합회가 새 기준금리를 제시하면 이를 반영한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당장은 CD금리 연동 상품을 모두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시중은행 주택대출 담당자는 "CD금리가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은행연합회가 조달비용을 반영한 기준금리를 제시해준다면 공신력있는 데이터로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 기준금리를 실제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CD금리 상품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고, 새 기준금리를 적용한 별도의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CD금리 연동 대출의 경우 3개월, 은행채의 경우 6개월 주기로 금리가 변동되는데 새로 바뀌는 기준금리의 변동 주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 지 등은 좀더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리 변동 주기는 은행 자금조달 평균 상황을 반영하기때문에 3개월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CD 고시금리가 그동안 각종 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중요한 기준금리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새 기준금리가 나오더라도 CD금리 역할이 없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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