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삼성전자-하이닉스, 기술유출 공방 향후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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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기술이 한 외국계 반도체 장비업체를 거쳐 경쟁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에 대거 유출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향후 양사간 기술 유출 공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중희)는 3일 외국계 장비업체 A사 부사장 B씨(47)와 A사 한국지사 팀장 C씨(41)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 회사 직원 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검찰은 B씨 등으로부터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불법 취득한 하이닉스 제조본부장 D씨(51)를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 회사 직원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같은 수사결과 직후 하이닉스는 성명을 내고, "영장심사 시 구속사유로 적시된 기술은 구리 공정 관련 정보인데, 입수시점인 지난해 5월에 우리는 이미 뉴모닉스와 협업을 통해 구리공정을 자체 개발하고 양산 이관까지 마쳤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구리공정은 사용물질과 특성, 장비 구성 등 접근 방법이 완전히 달라서 실제 하이닉스의 구리공정 개발 및 양산과정에서 전혀 활용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수사결과 직후 삼성전자 역시 "국가적인 손실이 우려된다"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반도체 산업을 두고, "국가의 핵심 수출산업"이라고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장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두 회사가 법적 공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밝혀진 하이닉스의 입장이 완고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이닉스는 수사결과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재판 단계에서 진실이 철저하게 규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하이닉스는 "외국계 A사가 수집한 정보 중에 자사 관련 정보도 있었다는게 확인돼, 관련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자신의 기술도 유출됐으니, 조사해달라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역시 이에 포함됐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같은 하이닉스의 대응에 삼성전자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란 게 다수의 분석이다. 검찰에 따르면 최신 공정이 개발될 때마다 기술 유출이 발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수조 원대의 피해가 났다"고도 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조금만 더 확대해보자면,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30나노급 D램은 물론 20나노급 낸드플래시 역시 유출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법률공방 길어지진 않을 듯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전망은 조금 달라진다. 국가 산업인 반도체를 두고 양사가 격렬하게 치고받을 정도로 사건이 커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더욱이 양사는 자국 업체다.

대승적 차원에서 국내업계 '맏형'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삼성전자에게 오히려 '이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어차피 거래선인 세트업체들이 하이닉스의 기술력을 의심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사건의 '키'는 결국 삼성전자가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향후 삼성전자의 대응에 따라 확전 양상으로 갈 수도 있지만, 쉽게 마무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최근 하이닉스 매각건과 관련해서도 해외자본이 경영권을 빼앗아 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와 상통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하이닉스가 이번 사건으로 큰 피해를 입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결국 '상처'를 입는 업체는 하이닉스 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제조본부장이 구속돼 제조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하이닉스의 '브랜드'에 손실을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지지부진한 매각 건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이 인수의향서를 2주간 추가 접수한다고 밝힌 지 불과 사흘 만에 이 같은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에 대한 우려가 결국 주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날 하이닉스의 주가는 전일대비 3.18% 떨어졌다.

한편, 이날 수사를 통해 드러난 업계 관행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상호 협력관계인 제조업체와 장비업체간에는 친분을 통해 기술 비밀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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