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휴면카드정리에 '카드사' 직접 나서라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발급된 신용카드는 1억장이 넘는다. 이중 발급 후 1년 넘게 쓰지 않고 장롱속에 있는 휴면카드가 3062만장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2008년 금융감독원은 카드업계에 휴면카드 정리를 권고, 관련 약관까지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휴면카드 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이 같은 감독당국의 권고와 제도개선에도 휴면카드 수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카드사가 뒷짐을 졌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카드사로선 휴면카드를 방치해 두더라도 손해 볼 게 없다. 지금 당장 자사의 카드를 사용하고 있지 않더라도 향후 고객정보를 활용해 '활성화(WAKE-UP) 마케팅' 등에 활용하면 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소모적 외형경쟁에 따른 회원관리 비용이 늘어나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소비자의 몫으로 전가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객이 마음먹고 카드해지 요청을 해와도 카드사들은 포인트, 할인권 등의 유인책으로 해지를 최대한 지연 또는 무마시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고객입장에서는 이로울 게 없다. 휴면카드를 많이 갖고 있다 보면 도난, 분실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

또 고객정보가 마케팅 등으로 활용되다 보니 고객의 불편도 늘어날 수 있다. 3매이상 소지회원은 카드당 이용한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카드사간 소모적 외형경쟁과 이로 인한 관리회원이 증가하면 이는 곧 소비자 부담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실제 카드 한 장을 발급하는데 플라스틱 카드 제조비와 이에 따른 마케팅 비용, 판매수당, 우편비 등을 포함해 대게 6만 원내외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물론 텔레마케팅(TM)을 통한 판매와 오프라인 판매의 수당이 다르고, 카드사양(7~72K)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휴면카드로 인한 사업비 낭비를 평균비용을 적용, 단순계산(휴면카드 수 3062만장*6만 원)해보면 휴면카드로 인해 1조8000억 원 정도의 사업비가 줄줄 새고 있다는 것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는 카드사 건전성 악화는 물론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최근 휴면카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감독당국은 또다시 카드사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기존의 안내장 발송 등 소극적인 방법에서 탈피, 전화안내를 통한 휴면카드 해지에 적극 나서라는 주문이다.

이러한 금감원의 조치는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지금에서라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데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러나 성공적인 결과를 전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지만 카드사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감원은 2008년 1월 표준약관 제정시 휴면카드를 감소시키기 위한 조치로 ▲카드발급 초년도 연회비 의무부과 ▲휴면카드 연회비 부과 금지 ▲휴면카드에 대한 해지 의사 확인제도 등을 표준약관에 반영토록 지시한 바 있다.

당시 카드업계의 불만이 거셀 정도로 파격적인 조치였으나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사실 카드사들은 최근 또다시 휴면카드를 정리하라는 감독당국의 권고에 대해 내심 불만이 많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규회원 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1년간 이용실적이 없다고 기존 회원들을 정리하라는 것은 가혹하다"며 "휴면카드 수가 많아 이를 무조건 정리해야 한다는 발상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휴면카드 정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카드사들이 휴면카드를 해지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휴면카드를 단지 자고 있는 카드가 아닌, 영업 인프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휴면카드 정리의 자연스러운 해결점은 휴면카드를 무조건 없애버려야 한다는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고객과 카드사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휴면카드 혜택을 고객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카드에 장착, 업그레이드 해주면 카드사의 영업효율성 제고, 소비자 혜택, 휴면카드 정리라는 '일석삼조'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카드는 해악이라는 것을 명심, 불필요한 부담과 피해를 스스로 예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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