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퇴직연금-종합]내년 확대 앞두고 은행·보험·증권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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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퇴직연금 도입 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7조3671억 원으로 48.7%였으며 생보사는 4조7543억 원으로 31.5%, 증권사는 2조866억 원으로 13.8%, 손보사는 996억 원으로 6.0%의 비중을 차지했다. 각 금융권역의 선두 사업자는 국민은행, 삼성생명, 미래에셋증권, 삼성화재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노후보장을 위한 ‘3대 축’ 중 하나로, 근로자 퇴직금을 사내에 적립하면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회사 부도 시 퇴직금을 받지 못할 위험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회사가 퇴직금을 사내에 쌓아두지 않고 금융회사에 적립하면 그만큼 법인세와 세제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퇴직보험과 신탁에 대한 세제혜택이 사라지고 신규가입도 제한된다. 이는 그동안 ▲ 퇴직보험·퇴직신탁 ▲퇴직금제도 ▲퇴직연금으로 구분됐던 퇴직급여 시장에서 퇴직연금의 영역이 대폭 확대된다는 얘기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오는 2015년 77조9000억 원, 2020년 149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각 은행, 보험, 증권사들은 향후 150조 원이라는 거대시장 선점을 위해 불꽃 튀는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퇴직금 중간정산을 한 KT와 현대·기아자동차, 포스코, 한국전력, 한국은행, 한국수력원자력, 강원랜드 등 대규모 사업장에 대해 대부분 금융사들은 연 7.0~7.5%에 달하는 확정 고금리를 제안했다.

더욱이 일부 증권사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연 9.0% 정도를 보장하겠다며 고금리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일부 금융회사들은 고액의 불법경품이나 저리대출 같은 ‘당근’을 제시하는가 하면 어떤 곳은 대출을 미끼로 꺾기판매를 일삼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이 금융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공략에 혈안이 돼 있는 배경에는 내년부터 기존 퇴직보험과 퇴직신탁 등이 퇴직연금으로 전환되면서 지난해 말 10조 원 남짓이던 퇴직연금 가입규모가 올해 말에는 25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

강영구 금융감독원 보험서비스본부장은 “올 연말 23조 원에 달하는 퇴직보험과 신탁의 효력이 종료되는데 이중 절반정도인 12조~13조 원 정도가 퇴직연금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는 기존 퇴직보험 등을 얼마나 많이 퇴직연금으로 끌어오느냐가 향후 이 시장 선점을 위한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화 전략을 살려라”

일반적으로 은행·보험권은 확정급여형(DB형), 증권사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차별화된다.

은행은 예·적금 상품비중이 90%에 육박하는 등 다른 금융권에 비해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보험사는 가장 먼저 퇴직보험 등 관련 시장에 먼저 진출했다는 강점이 있다. 이에 반해 증권사는 펀드상품 등 실적 배당형 상품 비중이 높아 DC형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은행권 퇴직연금은 보험, 증권에 비해 금리 경쟁력이 낮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나 편리성, 안전성에 있어서는 경쟁사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깔려있는 많은 점포들은 퇴직연금 업무처리 시 편리성을 한층 높인다.

이에 반해 퇴직연금의 원조인 보험권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안정성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지난 1977년 퇴직연금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종업원퇴직보험 등이 도입될 때부터 이 방면에서 압도적인 두각을 나타냈다. 은행이 퇴직신탁을 취급하며 보험사에 맞서긴 했으나 보험권에서 78%(2010년 1월말 기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우위를 보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단기 수익률을 좇기보다 장기적인 안정성과 수익성을 중시해야 한다”며 “요즘 같은 금융시장 불안기에는 안정적이며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연동형 상품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상품에 수익률을 높인 펀드상품으로 차별화 했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채권과 주식을 섞은 채권혼합형 펀드가 있다.

아울러 해외 퇴직연금 펀드도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세제 혜택 폐지로 일반 해외 주식형 펀드는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하지만 퇴직 적립금 수익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해외 퇴직연금 펀드 비과세는 계속 유지되기 때문이다.

◇과당경쟁 되레 ‘毒’될 수도…

운용 수익률이 연 4%밖에 안 나오는데 연 6~7%의 확정금리를 보장한다.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영업 행태지만 최근 과열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 같은 고금리를 보장하려면 위험투자상품으로 수익을 얻어 전체 수익률을 맞춰야 한다. 그만큼 이익이 나면 문제가 없으나 자칫 손해가 날 경우 심각한 역마진에 빠져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최소 10년 이상 장기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하지만 최근 나오는 상품들을 보면 단기 고수익 특판 상품이나 다름없다”며 “자칫 잘못하면 회사 건전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근 감독당국은 금융회사의 평균 조달금리와 자산운용 수익률을 점검, 역마진이 발생할 정도의 고금리를 앞세워 퇴직연금 영업에 나서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도한 고금리 확정금리를 제시하는 경쟁이 지속될 경우 일차적으로 해당 금융회사의 리스크관리 실태를 점검, 잘못이 드러나면 강도 높은 현장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Q&A

-내년부터 퇴직보험, 퇴직신탁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럼 퇴직금 제도도 사라지는 건가.
“아니다. 퇴직보험과 퇴직신탁만 없어질 뿐 퇴직금 제도와 퇴직연금은 그대로 남아 있다. 기업은 근로자 과반수 동의에 따라 퇴직금제도와 퇴직연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퇴직 당시 월급 수준에 근속연수를 곱하는 퇴직금 산정 방식에도 변화가 없다. 다만 기존 퇴직보험 적립금은 ▲퇴직연금제로 소급 편입 ▲퇴직금으로 돌린 후 퇴직연금 제도와 병행 ▲중간정산 지급 중 한 가지 방법으로 선택해야 한다. 퇴직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가입기간이 10년 이상, 55세 이상이라는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이 조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하면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아야 한다.”

-퇴직연금 상품에는 어떤 게 있나.
“현재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들이 각 업권별 차별화된 금리형예금, 적립식펀드, 변액보험 등을 설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안정성이 높으면 수익성이 낮은 식의 구조다. DB형을 선택한 회사는 몇 종을 노사가 협의해 고르면 되고, DC형을 채택한 회사는 일정한 범위에서 근로자가 직접 선택해야 한다. DC형의 금융상품은 채권형이나 주식형 등 상품구조가 다른 3종 이상이어야 한다. 이 가운데 1종은 반드시 원리금이 보장돼야 한다.”

-퇴직연금 시행 이전의 근무기간은 어떻게 처리하나.
“노사가 정하기 나름이다. 과거 근무기간을 퇴직연금의 근속연수로 인정해 소급 받을 수 있다. 제도 시행 후 기간만 근속연수로 인정한다면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고 이후부터 연금을 적립한다. 퇴직연금제도의 유형 가운데 확정기여형(DC형)을 선택했다면 퇴직금을 퇴직연금의 투자상품에 중복투자할 수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 시 관리는.
“개인퇴직계좌(IRA)를 활용하면 된다. IRA는 근로자가 퇴직하거나 직장을 옮길 때 받은 퇴직금을 자기 명의로 된 퇴직계좌에 적립해 연금 등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퇴직연금 수령 개시연령이 되지 않았어도 이전에 받은 퇴직일시금을 개인 퇴직계좌에 넣어 계속 적립, 운용할 수 있다. 특히 퇴직 일시금 중 80% 이상을 퇴직일로부터 60일 이내에 IRA로 전환하면 과세이연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근로자가 퇴직금을 수령하면서 내야할 세금이 미래시점으로 연기돼 납부해야 할 세액만큼 재투자가 이뤄져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퇴직금을 수령하고 이를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운용 수익에 대해 이자와 배당소득세가 바로 과세된다.”

-DB형과 DC형에 동시에 가입할 수 있나.
“안 된다. 두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해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퇴직연금 도입 때 노사가 DB형과 DC형 모두 도입이 가능하다고 합의하면 향후 DB형에서 DC형으로 변경은 가능하다. DB형으로 적립됐던 급여를 근로자 DC형 계좌로 쪼개서 넣어주면 된다. 다만 DC형을 먼저 도입한 경우에는 DB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근로자 DC형 계좌로 돈이 입금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자 입장에서는 노사 규약 시 DC형 전환옵션을 두는 게 유리하다. 특히, 임금피크제를 채택해 직급이 올라갈수록 급여상승 기회가 줄어드는 회사일 경우 일단 DB형과 DC형 모두 도입해 놓고 일정 연령 이상이면 DC로 전환 가능한 옵션을 붙여 놓는 것도 방법이다.”

-퇴직연금 수령 시 일시금보다 연금이 유리하나.
“일시금에 부과되는 소득세보다 연금에 붙는 소득세율이 더 낮아 결국 연금이 유리하다. 또 연금을 받는 동안에는 과세가 미뤄지는 효과도 있다.”

-퇴직연금 담보제공이나 중도인출이 가능한가.
“중도 퇴직해 퇴직금을 일시적으로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중도인출이나 담보제공이 불가능하다. 다만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하거나 가입자 또는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할 때, 천재지변 등 노동부령이 정하는 사유와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퇴직금 누진제를 하고 있는데, 연금제는 손해가 아닌가.
“노사가 협의해서 회사가 부담하는 적립금을 법정기여율(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1)보다 높게 책정해두면 손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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