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긴급점검 / 건설업계 ‘위기’, 그 진상은?

이호영 기자 eesoar@imwood.co.kr 기자

미분양 주택·주택 거래량 급감이 유동성 위기 불러
100대 건설업도 적자…도급 순위 하위일수록 ‘심각’

 

‘건설사 평균부도율 3.8%로 2000년도 이래 최고치’ 등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건설업계 위기감은 지난 4월15일 수원지방법원 결정에 따라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았던 성원건설이 19일 한국거래소로부터 감사의견 ‘의견거절’ 사유로 상장폐지 확정되면서 그 정점에 올랐다. 


이번에 부도 처리된 성원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상떼빌’로 잘 알려진 업계 도급순위 56위의 중견급 건설사다. 지난해 기준 자산 7219억원, 부채 1조4786억원으로 채무 초과 상태에서 지난해 말 어음 25억원을 막지 못했고 지난 3월16일 수원지법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그나마 비교적 상황이 좋을 것이라고 짐작되던 100대 건설사 가운데 50위권 성원건설이 지난달 19일 도산하면서 업계와는 무관하던 사람들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


전국적으로 영업 중인 3000여개 건설업의 경영악화는 업계의 사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저축은행 등 금융권 위기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이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는 “상위 100대 건설업도 이런데 하위 건설업체 경영난은 불 보듯 뻔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100개 건설업도 적자…도급 순위 500위 단위로 절반씩 실적 급감
사실 하위 건설업체로 갈수록 경영난은 더 심각하다. 지난 4월14일자 대우증권 자료에 따르면 현대, 삼성, GS, 대림, 대우, 현대산업개발 등 상위 6개 건설업체를 제외한 고려개발, 남광토건, 진흥기업 등 30위권 중견업체 순이익은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적 26위의 고려개발은 영업이익에서 적자 4억4000만원을, 31위 신일건업은 순이익에서 77억5300만원(자산총계 4565억2700만원)이 적자였다. 32위 남광토건은 순이익에서 95억4100만원(자산총계 1조2822억9600만원)이 적자였으며, 33위 중앙건설은 159억9900만원(자산총계 7108억1500만원)이 적자였고, 34위 성원건설은 545억6700만원(자산총계 7218억5500만원) 가량 적자를 봤다. 각각 35위, 36위 성지건설, 진흥기업은 순이익에서 1161억6000만원(자산총계 4191억2000만원), 1495억700만원(자산총계 9222억7700만원) 가량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는 상위 40위권내외 건설사의 지난해 전기 실적 현황으로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문제는 이보다 열악한 상황의 건설사가 3000여개 가량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힘든 상황은 지난해까지 증가한 부도율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달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 등 3개 신용평가사가 920개 기업을 평가한 결과 2009년 평균 부도율은 2008년도 2.5%보다 증가한 3.8%다.


2008년도 한해 건설공사실적을 보면, 토목·토건·건축 분야 합쳐서 평균 500억원의 실적을 보이고 있는 300위권 건설업자들에서, 종사 기술자 수가 2명~20명 내외 1000순위권 업체로 갈수록 절반 가량으로 떨어져 200억원, 그리고 도급 순위 1111위 우남의 경우처럼 토건·토목 두 분야 합해 1억원의 실적을 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중소 건설업계 위기는 유동성 위기에서 촉발된 것
이같은 경영악화 원인으로 유동성 리스크를 지적한 대우증권 3월23일 보고서에 따르면, 그 핵심 원인은 미분양 아파트와 부동산 거래량 급감이다. 
국내 미분양은 지난해 10월 12만5000호에서 12월부터 현저히 증가하는 상황이었고, 부동산 거래량까지 급감했다.


이와 관련 이 보고서는 중소 건설사들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현금은 총 5조2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중소 건설사들이 마련해야 하는 현금은 공사비 1조8000억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만기도래 금액 중 상환 부담이 높은 PF ABS/ABCP 금액 2조1000억원, 회사채 만기도래 금액 1조3000억원인 것으로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 건설사들이 현재 보유 중인 현금은 2조1000억원인데 나머지 3조1000억원은 미분양 아파트를 매각하거나, 초기 입주율을 높여 잔금회수로 채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 매각이 어려워진 데다 주택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잔금 회수가 어려워져 유동성 위기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미분양 매각률 40%, 초기 입주율 50% 이상은 돼야 유동성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미분양 매각률 20% 이하, 초기 입주율 30% 이하에서는 1조3000억원의 현금이 부족해지는데, 이럴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유동성 위기는 미분양 매각률과 초기 입주율이 기준이 되는 일정 정도를 넘어섰는가로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주택협회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44조원 가량이 올해 만기”라며 사실상 올해 건설사 연쇄 부도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관련 단체 모두 이렇듯 중소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건설업계의 위기를 촉발한 주범으로 꼽고 있다. 

 

4.23 대책, 중소 건설업 미분양 주택 우선 매입으로 유동성 지원하는 데 주력
대한건설협회 등 3대 건설단체장은 지난 2월 경부터 ‘줄부도 난다’ 등 호소문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을 요구했고, 정부는 급기야 이같은 건설사 경영 악화 상황을 공감, 지난 4월23일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먼저 이번 대책에서는 중소업체 유동성 지원을 위해 우선적으로 이들 업체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등 현재 11만6000호 가량의 미분양 주택을 4만호 이상 감축키로 했다. 또한 중소 건설사가 시공하는 공공 공사의 공사대금을 담보로 대출 받도록 해 단기유동성을 지원하며,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대출 보증을 지원,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같은 건설사 도와주기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거나 미분양 주택을 정부 차원에서 매입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호영 기자 eesoar@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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