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기 아닌 사기, 부도 아닌 부도에 “분통”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기자
물건 안 보내고 돈만 갈취…수십억 외상 안 갚고 잠적
“편법 신용장 작성 및 만성화된 외상거래 관행 고쳐야”


최근 목재업계가 ‘사기 아닌 사기’, ‘부도 아닌 부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만성화된 외상거래 및 편법 수입계약서 작성 등 전근대적인 거래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인천 금구목재(대표 김명호)는 얼마 전 말레이시아로부터 현지 중개상을 통해 150㎥, 4만 달러 상당의 철강용 목재를 수입키로 하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L/C(신용장)를 열었다. 하지만 도착한 목재는 고작 64.5㎥, 2만1000달러어치에 불과했다. 이 사이 현지 수출업체는 4만3000여 달러를 인출해간 상태였다. 2만2000여 달러, 우리 돈 3000여 만원을 앉은자리에서 날린 셈이다.


이에 따라 금구목재는 현지 중개상 최모씨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변상을 요구했지만, 최 씨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김명호 대표는 “현지 수입업체 혼자서 꾸민 일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중개상 최 씨가 수입대금을 빼돌리기 위해서 처음부터 짜고 한 일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또 “중개상 최씨만 믿고 거래했기 때문에 현지 수출업체를 찾아가 따질 수도 없고 법률적 해결도 막막한 상태”라며 “제3의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개업자 최모씨의 인적사항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분개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최 씨 또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최 씨는 나무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나도 피해자다. 수십 년 간 이 일을 하고 있는데, 3000만원 가지고 이런 일을 했겠느냐”며 “알아본 결과, 수출업체 또한 계획적으로 꾸민 것 같진 않고 갑작스러운 자금난 때문에 그러한 일을 저지른 것처럼 보인다. 생각 같아선 내 돈으로라도 변상해 주고 싶지만, 그럴 처지가 못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 근본적인 계기는 신용장에 금액만 표기하고 전체적인 목재의 양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기 때문. 해운 운임을 적게 내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거래방법이지만 아직까지도 적잖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최씨 또한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지에 비해 가격을 충분히 처 주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선임에서 어느 정도라도 보전을 하기 위해 이러한 거래가 아직도 이뤄지고 있다. 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당 보통 15달러는 더 처 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시장에서도 이 같은 불투명한 거래관행이 불경기를 만나 곪아터지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는 S업체와 Y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고 잠적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들 업체들이 원목 수입업체 등으로부터 각각 40억원에서 35억원 정도의 외상을 지고 있는 상태라는 것. 상당수 업체들이 억대 이상의 미수금을 떼이게 된 처지에 놓였다.


S업체로부터 1억여원을 떼이게 된 모 업체 대표는 “워낙 외상거래가 관행화 돼 있어서, 외상을 주지 않고는 장사를 하지 못하는 게 목재업계의 현실이다”며 “이번 일도 분명 부도를 낸 것은 아니지만, 미수금 회수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상적인 거래라고 해도 두 달 정도의 후에 돈을 받는 게 보통이다”며 “출고된 물건에 대한 세금계산서는 월말에 발행되고, 발행된 세금계산서에 대한 대금은 또 다음 달 말까지 결재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 두 달의 텀만 가지고도 수십억 대의 외상금액을 깔고 가는 업체가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문을 닫고 잠적한 S업체 모 간부는 또 다른 업체를 개업하고 S업체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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