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통큰치킨·이마트피자 논란’이 남긴 과제는

부당염매·가격담합 여부에서 상법 개정까지

김동렬 기자

최근 신세계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 '통큰 치킨'으로 촉발된 대형마트의 염가 판매 논란이 '대기업이 피자와 치킨까지 팔면 영세상인들은 어떻게 사느냐'는 거센 사회적 비판과 함께 경제학의 산업조직론이나 법학의 경쟁법 분야에 여러가지 쟁점들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그간 내재되어 왔던 공정거래 및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의 과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한편, 개선 사안들이 조속히 이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16일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유통업체의 부당 염매(dumping) 여부, 그리고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격 담합(Cartel) 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사안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부당 염매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다품목을 취급하는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개별 품목의 원가 계산에 있어 여러 간접비용(매장시설비용·유통비용·광고비 등의 관리비 등등)을 개개 품목에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단일품목을 취급하는 소상인의 원가와 비교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대기업의 원가가 낮다는 것은 상당부문 규모의 경제 또는 범위의 경제 효과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마냥 비난하기보다는 오히려 소비자 후생의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있다. 이는 대기업이 영세 상인을 고사시킨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값싼 상품에 열광해 매대 앞에 수십 미터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풍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김 소장은 "간접비용까지 모두 포함한 원가와 판매가격 간의 적정성 여부, 개개 품목의 납품과정에서 대형마트의 지배력 남용행위 소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 이러한 논란이 다시는 촉발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소비자들이 적정한 가격에 소비할 수 있도록 피자, 치킨 등의 프랜차이즈 계약상 공정성 여부 및 가격 담합 가능성 등을 철저히 조사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에는 좁은 의미의 경쟁법적 시각을 넘어 공정사회, 상생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김 소장은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 대형마트가 피자와 치킨을 싸게 파는 것이 사회적 논란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총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30%)이 지나치게 높은 현실 때문일 것이다"며 "이러한 현실은 피자와 치킨을 싸게 팔아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는 긍정적 효과이상으로 골목의 영세 상인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동반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법(공정거래법)의 목적은 경쟁자(Competitor)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Competition)을 보호하는 것에 있다. 이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피자와 치킨을 싸게 팔아 영세 상인들에 타격을 주더라도 소비자들의 후생이 증진된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며, 나아가 칭찬할 일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협의의 경쟁법적 시각만으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영세업자의 가혹한 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

김 소장은 "공정거래법 이외에도 '유통산업발전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하도급법' 등의 별도의 법령에서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를 규제하고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발족한 동반성장위원회가 조속히 사회적 협의 과정을 거쳐 중소기업, 자영업자에 이양할 업종을 결정함으로써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며 "근본적으로는 협상력 열위에 있는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공동으로 대기업과 거래조건을 교섭하는 것을 일정 한도에서는 담합 규제에서 제외하는 등의 새로운 접근방법을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논란으로 사업을 포기한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과 비교해 여전히 판매를 고수하고 있는 '이마트 피자'는 '회사기회유용'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내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회사기회 유용이란 이사, 경영진 및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지배주주가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봉쇄하고 이를 자신이 대신 수행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현재 이마트 피자를 운영하는 업체는 신세계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주)조선호텔베이커리로, 원래는 (주)조선호텔의 제빵 사업부문으로 존재하면서 (주)조선호텔 매출액의 약 40% 가까이를 차지하던 핵심 사업부문이었다. 하지만 5년 전 분사되면서 대주주 일가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40%의 지분을 사들인 회사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대주주인 회사(신세계 이마트)에서 동생이 대주주인 회사(조선호텔베이커리)가 피자를 팔면서 조선호텔이 벌 수 있었던 돈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며 "이는 지배주주 일가가 비상장회사를 신설하면서 그 지배 지분을 취득한 후 계열사를 통해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그 결과 애초의 모회사 및 그 주주가 취득해야 할 수익을 가로채는 전형적인 회사기회 유용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영세 상인에게 미치는 피해를 넘어, 조선호텔 주주들의 부를 훔친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을 통해 회사기회유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며 "현재 국회에는 박영선 의원과 이상민 의원 등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국회의 조속한 도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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