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반짝 호황 긴 암흑기 오나 ‘AGAIN 1993’?

서범석 기자

합판가격 폭등 뒤 폭락 조짐…1993년 장기불황 때와 상황 비슷

 

지난 3월과 4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합판가격이 본격적인 성수기인 5월과 6월에 오히려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93년 목재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암흑기가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당시 반짝 경기호황 뒤의 기나긴 경기침체 상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합판시장은 지난 3월 중순부터 일본 쓰나미 피해 복구수요로 인한 수급불안이 예상되면서 가파른 가격상승 곡선을 그린 바 있다. 도소매 업체들의 급박한 가수요까지 더해지면서 불과 한달여 만에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80%까지 가격이 폭등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가격인상은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고, 결국 날개돋힌 듯 팔려나간 합판들은 도소매 업체들의 창고만 채우고 정체되는 현상을 나았다. 때문에 4월 중순 이후부터는 매기가 사라진 상황이다.<나무신문 5월9일자 참조, QR코드>


아울러 최대 성수기 5월을 지켜봐야 한다는 기대 섞인 관망 또한 보기 좋게 깨지는 형국을 그리고 있다. 징검다리 연휴가 끝난 5월 둘째 주부터(이하 같은 시기) 합판가격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합판가격은 강보합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다수의 합판 수입상들은 벌써부터 일대일 영업을 통해 합판가격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도소매 업체들은 구매욕구 자체를 상실한 형국이다.


한 합판 도매업체 대표는 “공식적인 합판가격은 내려가지 않은 상황이지만, (수입상들이) 장당 500원 정도 내린 가격을 제시하는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현재 있는 재고도 언제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추가 구매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대부분의 도소매 업체들이 구매를 시작한 것은 4월 이후 합판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시점이었다. 가수요가 가격을 올렸다는 말은 어패가 있다”며 “때문에 상당수 업체에서는 수입업체들이 불안을 조장해서 가격을 올려 목전까지 팔아놓고 곧바로 가격을 내리고 있는 데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시장이 이번 합판가격 인상으로 더욱 얼어붙었다”며 “지금 확보하고 있는 재고보다 월등히 싼 제품들이 시장에 풀리는 최악의 경우도 예상되는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합판가격은 앞으로 더 큰 폭의 하락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일반의 시각이다. 문제는 언제 얼마만큼 내려갈지에 있다는 것. 때문에 지난 1993년 가격 폭등과 사재기 열풍 이후의 현상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인천의 한 목재 수입업체 대표는 “1992년 말까지 900원(才당, 이하 같은 기준) 정도하던 라왕 가격이 1993년 1월3일 출근하자마자 가격이 상승하면서 불과 두 달여 만에 1900원선까지 올랐다”며 “사재기 열풍은 5월까지 이어졌지만, 6월부터는 갑자기 나무 한 토막도 안 나가기 시작했다. 6월부터 12월까지 판매된 양이 예년 같으면 한 달에 판매한 양보다 적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또 “이때 가격하락 폭과 기간은 올라간 것만큼 빠른 시기와 폭으로 이뤄졌다”며 “가격이 좋을 때 엄청난 호황을 누렸던 이십여 개의 수입상들 중에서 살아남은 업체가 고작 다섯 개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혹독하고 기나긴 경기침체를 겪었다”고 덧붙였다.


남양재 전문 업체 대표 또한 “93년 당시에는 불과 두 달여 만에 100~150%까지 가격이 올랐지만, 출근 전에 두세 명이 꼭 현금을 들고 와서 나무를 사가려고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면서 “하지만 경기 호황이 고꾸라지는 것 또한 하루아침에 일어나 아주 오랫동안 지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합판뿐 아니라 남양재 또한 수종별로 지난해 말 보다 25%~40%까지 올라가 있는데, 당시와 아주 비슷하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며 “꼭 그때와 같은 장기불황이 올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위험신호가 강하게 감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경고했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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