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증권사들, 투자자 피눈물 흘리게 하고 뒷북쳐

시장 변화 읽지 못해 뒤늦게 부랴부랴 목표가 하향

양진석 기자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최근 주가 폭락으로 큰 손해를 본 개미투자자들이 자살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특정 종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매도까지 권유한 증권사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여파와 미국과 유럽의 경제 및 재정 위기 등으로 주가가 급락한 지난달부터 증권사들이 주요 종목의 목표가를 대거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의 불만이 더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주식 시장을 제대로 전망하지 못해 자신들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히고 나서 이제야 뒷북을 치고 있는 증권사들에 대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이처럼 뒷북 대응에 나선 것은 특정 종목만 전문적으로 분석하다보니 거시적인 시장 변화를 충분히 읽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대외 변수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됐음에도 목표가 산정 때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가 막상 악재가 불거지자 목표가를 낮춰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됐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이 같은 긍정 보고서 남발은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특정 종목에 대해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그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증권사들로서는 기업들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소신껏 내놓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구조로 인해 한 개미투자자는 "투자할 때 증권사의 보고서는 참고도 하지 않는다. 그것 보고 투자하면 손해만 본다"고 말해 증권사 보고서에 대한 개미투자자들의 불신이 이미 도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이 신뢰할만한 정확한 보고서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기업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을 뿐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할 직무는 유기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지난달 1일부터 지난 9일까지 발행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분석 보고서가 모두 1천611건이었다.

이 가운데 목표가를 높인 사례가 196건이고 낮춘 것은 271건으로 하향건수가 75건 더 많았다. 낙관론 일색인 증권업계에서 목표가 하향건수가 더 많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7월만 해도 상향건수(272건)가 하향건수(180건)보다 92건이나 많았다. 즉, 낙관적인 보고서만 내놓다가 8월들이 미국과 유럽 등의 경제 및 재정 위기가 현실화되자 뒤늦게 부정적인 보고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전체로도 목표가 상향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초부터 지난 7월 말까지 상향건수는 2천290건이었다. 하향건수는 924건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증권사들의 보고서에서 목표가를 하향조정하는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시장에서 전혀 신뢰할 수 없는 휴지 조각 같은 보고서를 내놓다 보니 개미투자자들은 증권사의 보고서조차도 참고하지 않고 시중에 떠도는 루머에 따라 투자하다가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문재인 테마주인 대현의 경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신현균 대현 대표의 사진이 나돌면서 1000원대에 불과했던 대현 주가가 4000원대까지 급등했었다. 하지만 사진 속 인물이 신대표가 아님이 밝혀지면서 주가는 다시 폭락했다.

최근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 등의 서울시장 출마설을 놓고 안철수연구소나 풀무원 홀딩스는 등락을 오갔고, 뒤늦게 투자한 개미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보았다.

결국 이래 저래 개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증시 폭락 속에서도 국내외로부터 다양하고 전문적인 정보를 얻고 있는 기관들은 4%의 이익을 본 반면, 개인들은 무려 -15%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개미투자자들은 루머 등에 휩쓸리지 말고 언론의 보도 등 다양한 국내외 소식들을 통해 투자 관련 정보를 얻고 그 토대로 증권사의 보고서를 참고해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애널리스트도 시장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선제 대응에 실패했음을 솔직히 고백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평시에는 목표가를 내리기보다 올리는 건수가 훨씬 많다. 주가가 일정 부분 내려가도 기업가치를 믿고 기다린다. 그런데 최근과 같은 폭락장에서는 목표가와 실제 주가의 괴리율이 과도하게 커 목표가를 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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