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원화 두달새 달러화 대비 12% 절하… 세계 최고 수준

한은 물가 목표 연 4% 지키기 어려울 듯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원화 가치가 최근 두 달 새 달러화에 대해 12% 절하됐다. 절하율이 세계 주요 21개국 통화 가운데 최고 수준.

이같은 환율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어 한국은행이 물가 목표인 연 4.0%를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최근 경제에 무리를 주면서까지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2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26일 현재 1,195.80원으로 두 달 전인 7월26일의 1,051.10원에 비해 12.1%(144.70원) 절하됐다.

두 달간 달러화 대비 절하율에서 한은 ECOS에 등재된 주요 21개국 통화 중 원화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유로화의 달러화 대비 절하율도 6.3%로 원화 절하율의 절반 수준이며, 영국파운드의 절하율은 5.2%를 기록했다.

아시아 통화 중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는 이 와중에서도 한국과 달리 각각 2.2%와 0.9% 절상됐으며, 홍콩달러는 0.1% 절하되는데 그쳤다. 인도네시아 루피아와 태국 바트는 2.9%와 3.8% 절하됐으며, 싱가포르달러와 말레이시아 링깃은 6.8%와 6.1% 절하됐다.

한국 원화를 제외하고 절하율이 10%를 넘은 통화는 호주달러(10.4%)와 뉴질랜드달러(11.2%), 스위스 프랑(11.0%) 등 3개 통화였다.

원화의 절하율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한국의 대외 의존도가 높고, 외화 유출입이 자유롭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국가 중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비교적 발달해 있어 투기적인 거래가 활발한 점도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 관계자는 "서울 외환시장의 개방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쏠림 현상도 심한 편"이라며 "최근 한국이 아닌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투자한 외국인도 원·달러 NDF 시장을 활용해 환위험 헤지 거래를 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달 새 원화 절하율이 10%를 넘어서면서 물가 상승 압력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거시계량모형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0.8%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평균 4.5%를 기록하고 있어 연평균 4.0% 달성을 위해서는 이달부터 넉 달간 평균 3.5% 이내여야 하지만, 환율 상승이라는 악재까지 끼어들어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이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최근 소폭 내렸지만, 전세 가격과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에 연 4% 물가 목표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경제지표가 좋은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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