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저축은행들이 최근 영업정지의 위기와 연간 실적 공시까지 간신히 넘기며 급한 불은 껐지만, 넘어야 할 험난한 산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먼저 저축은행들이 무더기로 발행한 후순위채권의 상환 만기가 하반기에 집중된 가운데, 다음 달부터 정기예금 만기도 속속 돌아온다.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의 충당금 부담도 예상보다 무거워지면서 저축은행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후순위채권 만기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의 충당금 부담으로 적정 규모의 자본을 유지하기가 녹록지 않아진 데다 연말 정기 예ㆍ적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 초 105개에서 어느덧 90개로 줄어든 저축은행 가운데 19개사는 다음 달 중순 다시 분기별 성적표를 발표해야 한다. 여기에는 영업정지 직전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6개 저축은행도 일부 포함됐다.
3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저축은행들이 상환해야 하는 후순위채 2천14억원 가운데 만기가 올해 하반기인 후순위채는 7개 저축은행 1천24억원(50.8%)으로 집계됐다.
내년 상반기 만기인 후순위채는 6개 저축은행에 690억원이고 내년 하반기 만기인 후순위채는 2개 저축은행에 300억원으로 반감된다.
당장 올 하반기에 상환해야 하는 후순위채가 가장 많아 저축은행들로서는 가장 급한 불인 영업정지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막아냈지만, 한 숨 돌릴 겨를도 없이 또 다른 큰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저축은행들은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체 재원조달이 여의치 않자 그동안 후순위채권 발행을 마구 늘려왔다. 게다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려면 적정 수준의 자본이 있어야 하는데, 연 8~10%의 고금리로 투자금을 끌어들여 부족한 자본을 메웠다.
보통 5년 만기로 발행되는 후순위채는 자체 재원이 부족한 저축은행이 투자자 돈을 끌어들여 모자란 자본을 메우는 수단으로 쓰였다. 다만, 자본으로 인정받는 비율이 매년 20%씩 깎이는 데다 만기 때 투자자에게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진다.
가령 후순위채 발행이 가장 많았던 지난 2009년의 발행분 5천712억원이 그 해에는 100% 인정받았다면 3년이 지난 내년에는 60%가 깎인 2천285억원만 인정받는 식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만기가 된 후순위채를 출자전환하는 데 동의하겠느냐"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려면 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고강도 경영진단을 버티느라 그럴 여력이 바닥났다"고 말했다.
당국은 만기가 돌아온 후순위채의 차환 발행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후순위채 발행 저축은행들의 BIS 비율 하락이 우려된다. 올해 영업정지 저축은행에서 후순위채 투자자의 피해 문제가 불거지자 발행에 당국에서는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키로 했는데, 한 당국자에 따르면 이는 사실상 후순위채 발행을 금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만기가 돌아온 후순위채를 상환하고, BIS 비율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그만큼 다른 돈으로 자본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 당국자는 "매년 20%씩 자본인정 비율이 줄어든 만큼 후순위채 만기가 돌아와도 BIS 비율이 급격히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며 "자본을 확충할 여력이 부족한 곳은 경영간섭을 감수하고 금융안정기금을 신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후순위채 만기와 더불어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는 정기예금의 만기도 집중된다.
NICE신용평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6개 저축은행(계열 저축은행 3곳 포함)의 정기예금 22조원 가운데 약 9조원(41%)의 만기가 다음 달부터 내년 2월까지 몰려 있다.
예금자의 불안감이 커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저축은행들은 금리를 올려 예금을 유치했는데, 어느새 1년이 지나 만기가 돌아온 것이다.
약정 이율을 적용받으려고 기다리던 예금자들이 저축은행에 불신을 갖고 다음 달부터 만기에 맞춰 예금을 대거 해지, 인출하면 급격한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NICE신용평가 김영섭 수석연구원은 최근 `저축은행 문제, 끝인가 시작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업계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는데도 중도 인출되지 않았던 정기예금이 연말부터 만기가 돌아와 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량 예금인출은 단지 유동성 위기뿐 아니라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 아래 감춰졌던 부실이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 연구원은 이를 `유동성 베일'이 벗겨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무수익차주(이자도 갚지 못하는 대출자)에 대한 대출 재연장이나 추가 대출(이자 갚을 돈을 빌려주는 것) 등이 유동성 베일에 가려져왔다"며 "연말부터 예금인출로 베일이 벗겨지면 부실한 경영지표들이 예상보다 빨리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예금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금리는 `위험한 저축은행'으로 인식돼 오히려 유동성 위기를 재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생사를 갈랐던 PF 부실채권의 충당금 부담마저 당초 예상보다 커졌다.
당국은 캠코가 구조조정기금으로 사준 PF 부실채권의 대손충당금 적립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분기별 충당금 적립부담을 11분의 1에서 19분의 1로 줄여주려고 했지만, 2014년 말까지인 구조조정기금의 시한을 아직 연장시키지 못해 매 분기 쌓아야 하는 충당금이 원래 의도보다 많아졌다. 구조조정기금으로 두 차례 매입한 PF 채권은 약 6조원에 달한다.
적립기간을 2년 늘려 분기마다 쌓아야 하는 충당금 규모를 줄이려고 했으나 현재로선 각각 6개월과 1년6개월씩 늘리는 데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실 PF의 충당금 적립부담은 저축은행의 생사와 직결된다. 이번에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 모두 급격히 늘어난 충당금 적립 부담을 견디지 못해 BIS 비율이 급락했다.
현재 남은 3조원가량의 `요주의' PF 채권도 언제든지 부실 채권으로 떨어질 수 있어 저축은행들의 BIS 비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충당금 적립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다른 당국자는 "올해 남은 저축은행 정기검사는 없지만, 이상 징후가 생기면 특별검사를 해야 한다"며 "분기 또는 반기 공시를 앞두고 PF 채권에 대해 현장점검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증시에 상장됐거나 후순위채를 발행해 다음 달 중순까지 9월 말 실적을 공시해야 하는 저축은행은 영업정지된 6곳을 제외하면 모두 19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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