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합법적 불량 방부목’ 허용?

서범석 기자
H1·H2등급 삭제 방침 철회…“산림청이 불량품에 계도당했다”
산림청, “처벌수준 강화할 것”…최고 3년 이하 징역, 영업정지도

 

불량 방부목 퇴출을 위한 산림청의 품질표시 단속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산림청은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방부목 품질표시 및 성능에 대한 계도단속에 들어간 바 있다. 이 기간 중 ‘불량 방부목’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H1과 H2등급 제품을 방부목 고시에서 삭제하고 10월부터는 본격적인 단속에 나선다는 게 산림청의 방침이었다.


하지만 10월 들어 산림청은 돌연 이와 같은 방침을 철회하고 종전과 같이 H1과 H2등급 방부목을 그대로 살려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산림청이 오히려 계도기간에 불량 사용자들에게 계도를 당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 산림청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 주한 캐나다대사관에서 산림청을 방문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내법 문제를 놓고 ‘굴욕적인 양보’를 했다는 원성도 들리고 있다.


하지만 산림청은 이에 대해, 캐나다대사관 공사와 캐나다우드한국사무소 정태욱 대표가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결정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불량 사용에 대한 부분은 사용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법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게 업계 전반의 진단이다. 산림청 역시 이 부분을 일정부분 인정하고 있다.
‘불량 방부목’ 문제는 사실 제품 자체의 결함보다는 적절치 못 한 사용에서 출발하고 있다. 때문에 H1과 H2등급의 ‘삭제’가 제도 시행의 요체로 떠오른 것. H3등급 이상 제품을 써야 할 장소에 H2등급 이하 제품을 써 왔기 때문에 ‘불량 방부목’이라는 말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방부목은 등급이 높을수록 방부성능도 높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재기에도 불구하고 H1과 H2등급을 없애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수차례의 업계와 산림청 간 간담회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다.
이러한 결정 이후에도 문제재기는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저등급 제품의 주요 원자재로 지목되고 있는 SPF(Spruce 가문비나무, Pine 소나무, Fir 전나무) 구조재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과, 이 제품의 주요 수출국인 캐나다의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캐나다는 산림청의 입장을 되돌리기 위해 산림과학원 담당자 등을 캐나다 현지로 초청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과학원 담당자는 캐나다 방문 이후에 오히려 그간의 입장을 더욱 확고히 하는 ‘불상사’를 낳은 바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말 주한 캐나다대사관 공사가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 관계자와 함께 산림청을 직접 찾아간 이후에 ‘공교롭게도’ 산림청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은 ‘나쁠 것 없으니 지켜보자’는 것이다. 당초 소비자 보호와 업계의 자정노력이라는 취지는 없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몇몇 업체들은 산림청의 이번 결정에 대한 명확한 찬반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방부목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상아목재 유만길 대표는 “도로아미타불이 됐다”고 개탄한 뒤, “H3등급을 만들 때 100원이 든다면 H2등급을 만들 땐 50원밖에 안 든다. 때문에 모두 H2등급만 만들 것”이라며 “또 이 제품들이 H3등급 이상 쓰여야 할 장소에 무분별하게 사용될 게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산림청이 이와 같은 결정을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유 대표는 또 “산림청에서 사용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하지만 이는 법적근거도 취약하고 단속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H2등급을 만드는 것은 ‘합법적인 불량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김태인 대표 또한 “산림청이 수입상과 캐나다 등의 민원에 시달리기 싫어서 되돌아갔다”고 전제하고,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H2등급만 막 찍어서 내보내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들 제품들이 H3등급 이상이 쓰여야 하는 현장에서 ‘불량 방부목’이 되는 현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목재방부산업 남궁문학 대표는 “(10월11일) 십여 개 관련업체들이 모여서 10시부터 4시까지 이번 일에 대한의 의견을 나누었다”며 “(H1과 H2등급을 없애는 것도 찬성하지만) 산림청의 이번 결정에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남궁 대표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었다”면서 “하지만 소비자들이 방부목 등급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었다”고 덧붙였다.


삼익산업 김진호 이사는 “최근에는 방부목이 구조용이 아닌 실내외 인테리어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많아졌다”며 “H2등급 방부목을 없애면 단가가 올라가 이 시장을 다른 소재에게 뺏길 수 있다는 점에서, H2등급의 존치는 환영할 일이다”고 밝혔다.


산림청 목재생산과 허남철 사무관은 “(H1,H2등급 존치로 기존 방침이 후퇴한 것은 사실이지만) 품질표시의무제 실효성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며 “품질표시의무 시행여부를 철저히 단속하겠다. H3등급을 납품해야 하는 곳에 H2등급을 납품하는 일 등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산림청은 처벌 규정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단속의 실효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허 사무관은 “목재산업 관련 법령 재정으로 처벌 규정을 강화할 방침이다”며 “처벌 수준은 농산물품질관리법 등 유사한 법령을 참고하고 있으며, 이 경우 최고 3년 이하 징역에서 3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영업정지 등으로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법제처 등과 의견 조율을 하고 있으며, 간담회와 관계기관 의견조율 등을 감안해 내년 1/4분기 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무신문 /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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