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하이트그룹 '증여세 논란'..300억대 증여세 취소소송 제기

증여세 대신 법인세

박성민 기자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박문덕 하이트그룹 회장의 두 아들 박태영 씨와 박재홍 씨가 서울행정법원에 388억원 증여세 취소소송을 냈다. 부과한 증여세가 잘못됐다며 취소해달라는 것이다.

국세청은 두 아들에게 "결과적으로 박문덕 회장이 장남 박태영 씨와 차남 박재홍 씨에게 증여한 것과 같다. 그에 대한 증여세를 내라"며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태영 씨와 재홍 씨는 "자녀 개인에게 준 것이 아니라 법인에 증여했을 뿐이다. 수증(증여받음) 당사자 삼진이엔지(현 서영이앤티)가 증여와 관련해 307억원의 법인세를 이미 냈다. 같은 사안으로 개인에게 다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이므로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하이트그룹의 증여세 논란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미 2008년 초부터 거론되어 왔다. 처음 알려진 게 2008년이고 실제 시작된 건 2006년부터 였다고 분석되고 있다. 5년에 걸친 하이트그룹의 치밀한 2세 승계 전략이 증여세 논란 뒤에 숨어 있다.

최근 국세청의 증여세 관련 해석은 실질적으로 증여가 이뤄진 '실질 증여'라면 명목상 증여가 아니더라도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물린다는 쪽으로 판단이 기울어진 상황이다. 이번 하이트그룹 증여세 부과도 겉으로 보기엔 박문덕 하이트그룹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삼진이엔지라는 법인에 증여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론 박 회장의 두 자녀에게 증여된 '실질 증여'이기 때문에 증여세를 부과해도 무방하다는 게 국세청 입장이다. 일종의 우회 증여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태영 씨는 실질적인 하이트그룹 주인이 됐다.

하이트그룹 2세 지배구조 구축은 오래도록 치밀하게 계산되고 실행돼왔다.

하이트그룹 우회 증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08년 초. 2007년 당시 영국 유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박태영 씨는 뜬금없이 삼진이엔지라는 회사의 지분 73%를 취득한다. 삼진이엔지는 2000년 맥주 냉각기 제조와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하이트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이라 해도 무방한 덕에 하이트의 숨겨진 관계사란 소문이 팽배했던 회사다. 박태영 씨가 들어오기 전 이미 박태영 씨 동생인 박재홍 씨가 삼진이엔지 지분 27%를 갖고 있었다. 박태영 씨가 들어오면서 삼진이엔지는 박태영, 박재홍 두 형제의 개인회사가 됐다.

진짜 사건은 2008년 2월에 벌어진다. 박문덕 회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하이스코트 지분 100%를 삼진이엔지에 '증여'한 것. 하이트그룹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박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관계회사에 무상 기부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삼진이엔지 주인이 두 아들이었고 실질적으로는 두 아들에게 준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당시 하이스코트 지분가액은 액면가 50억원. 삼진이엔지 자본금이 3억5천만원에 불과했으니 삼진이엔지는 하이스코트 지분을 받음으로써 기업가치가 크게 올라가는 효과를 얻었다.

사실 하이스코트 지분 증여의 정말 중요한 부분은 다른 데 있었다. 하이스코트는 당시 하이트맥주 지분 9.81%를 보유한 최대 기관 주주였다. 박문덕 회장이 16.08%를 보유한 1대 주주, 하이스코트가 2대 주주였다. 하이스코트 지분 100%를 받은 삼진이엔지는 일약 하이트맥주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진이엔지 주인인 박태영 씨가 하이트맥주 2대 주주가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박문덕 회장의 '하이스코트 지분 삼진이엔지 증여'라는 행위를 통해 박 회장 개인 기업이었던 하이스코트가 두 아들에게 넘어간 것에 더해 하이트맥주까지 두 아들에게로 갔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더 복잡한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난다.

2008년 7월 하이트맥주는 지주회사 하이트홀딩스와 맥주회사 하이트맥주로 나뉜다. 더불어 2009년 1월 하이스코트는 위스키 판매를 하는 하이스코트와 투자회사 삼진인베스트로 분할된다. 이때 하이스코트가 보유한 하이트맥주 주식은 투자회사 삼진인베스트에게로 넘어갔다.

2009년 7월 하이트그룹은 박문덕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을 대상으로 하이트맥주 주식을 하이트홀딩스 주식으로 바꿔주는 주식 스와프를 단행한다. 그래서 하이트맥주 지분율이 낮아지는 대신 하이트홀딩스 지분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게 됐다. 또한 삼진인베스트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시행한다. 그러나 현금이 오간 것은 아니다. 하이트맥주 주식을 현물로 납입하는 대가로 하이트홀딩스 주식을 받았다. 이 과정을 통해 삼진인베스트는 하이트홀딩스 지분을 24.66% 취득해 29.49%를 보유한 박문덕 회장에 이어 하이트홀딩스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또 2010년 4월 30일에는 하이트홀딩스 2대 주주인 삼진인베스트를, 삼진이엔지가 이름을 바꾼 서영이앤티에 흡수합병시키기로 한다. 합병 목적은 '경영 합리화와 합병 시너지 극대화'였다. 맥주 냉각기 제조업체 서영이앤티와 하이트홀딩스 2대 주주인 투자회사가 합병해 어떤 경영 합리화와 합병 시너지 극대화가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를 통해 박태영 씨 개인회사인 서영이앤티는 명실상부 하이트그룹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 지분 24.66%를 보유한 기업체로 재탄생했다. 이전에도 그는 2대 주주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분율이 기존보다 2.5배나 높아졌다.

박태영 씨가 최대주주와 지분율이 얼마 차이 나지 않는 2대 주주로 등극하는 과정에서 박 씨가 낸 증여세는 전혀 없다. 법인이 자산 증여를 받으면 해당 금액은 자산수증이익으로 잡히게 된다. 이에 따라 법인은 자산수증이익만큼 법인세를 낸다. 실제 삼진이엔지는 자산수증이익만큼 법인세를 냈다. 그러나 법인세는 22%에 불과하다. 50%인 증여세율과 너무 차이가 크다. 결과적으로 박태영 씨는 똑같은 효과를 누리면서도 세금은 50%가 아닌 22%만 낸 것이다. 증여세는 철저하게 개인이 내야 하는 세금이다. 그러나 법인세는 삼진이엔지 돈으로 낸다. 50%를 22%로 줄인 것이고 또 그 22%도 개인 돈이 아닌 기업 돈으로 낸 것이다. 최고의 절세비법이 아닐 수 없다.

증여세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하이트그룹 측은 "세금 때문에 기업 상속을 못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비용을 아끼면서 2세 승계 방안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같은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무마해왔다. 이번에도 동일한 논리인 것이다.  

주목해 볼 것은 박태영 씨가 삼진이엔지 주식 73%를 사들였던 시점 2007년을 전후해 삼진이엔지 매출액에 이상한 점이 있다. 2005년 134억원, 2006년 82억원, 2007년 142억원이다. 박태영 씨가 삼진이엔지 지분을 사들이기 직전 해인 2006년 매출액이 갑자기 2005년 매출액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 다음 해에는 다시 예년 매출액을 회복한다.

2008년 4월 7일 공시를 보면 삼진이엔지의 2007년 하이트맥주 대상 매출액은 139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98%를 넘어간다. 삼진이엔지는 설립 이후 줄곧 하이트맥주 관련 매출이 매출액의 거의 전부를 차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형태가 같은데 왜 유독 2006년 매출액이 갑자기 급감했던 것을까. 그 다음 해는 왜 다시 매출액이 급증했을까. 하이트맥주 매출액이 급감했다 급증하면서 그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그러나 하이트맥주 매출액은 1996년 1조8천308억원, 1997년 1조9천700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하이트그룹 증여 문제에 대해 한 회계사는 "해당 기업 지분을 인수하면서 인수가액을 산정할 때 직전 3개년 매출액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2007년에 인수했고 직전 3개년을 따져보면 2006년에 하이트그룹 2세 승계의 큰 초안이 만들어졌다고 가정해 봤을 때 분석한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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