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대기업, 경제위기 시 중소기업에 납품단가 후려치기·재고부담 전가 등 횡포

경제위기 후 대·중소기업 수익성 격차 확대

이호영 기자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경제위기 시 대기업은 위기를 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활용해 기업 체질을 크게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이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재고부담 전가 등 불공정 거래 횡포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나빠져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대기업의 생산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에서 2009년 사이 2.9배 증가했지만 중소기업은 1.04배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차이가 약 3배로 벌어진 것.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인 이자보상배율도 위기가 진행 중이었던 1998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0.6, 0.9여서 채무상환 능력이 엇비슷하게 나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대기업은 이자보상배율이 5.6으로 크게 좋아졌고, 중소기업은 2.6으로 개선 정도가 대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를 충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2009년 현재 대기업이 29.3%인데 비해 중소기업은 43.2%에 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한해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경영지표를 보면,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중소기업의 경우 2008년 5.10%에서 2010년 5.55%로 0.45%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대기업은 같은 기간 6.58%에서 7.83%로 1.25%포인트나 늘어났다.

이자보상배율은 중소기업이 2008년 2.4에서 2010년 2.8로 좋아졌지만 대기업은 6.6에서 8.2로 크게 치솟았다.

재무구조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ㆍ중소기업 모두 개선되기는 했지만 격차는 크게 확대됐다.

중소기업은 2008년 155.57%에서 2010년 145.09%로 약 10%포인트 낮아졌지만, 대기업은 111.46%에서 86.32%로 25%포인트 가량이나 낮아졌다.

또 대기업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기자본이 부채보다 많아졌지만 중소기업은 부채가 자기자본보다 많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채비율 격차도 44.11%포인트에서 58.77%포인트로 벌어졌다.

이처럼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대ㆍ중소기업간 수익성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위기 대응능력 차이도 있지만 불공정한 거래구조가 작용한 탓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위기 때 하도급 관계의 중소기업에 비용을 전가할 수 있어 2009∼2010년 중소기업의 원자재 평균 구매가격이 18.8% 오른 데 반해 납품단가는 1.7% 인상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의 희생을 강요해 대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실태조사에서도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겪는 애로사항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납품단가 미반영'(48.8%)을 가장 많이 꼽았고, 그 다음으로도 '납품단가 인하요구'(42.4%)라고 밝혀 납품단가 문제가 중소기업을 가장 어렵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수출을 의식한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수출 중심의 대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원자재를 수입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에는 비용부담을 주어 정부의 정책도 중소기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햇다.

IBK경제연구소가 협력관계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대기업은 환율상승과 시장점유율 확대로 영업이익률이 2008년 7.40%에서 2009년 10.38%로 확대됐지만 협력 중소기업은 4.27%에서 4.19%로 감소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사회 양극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지적에 따르면, 1990년대 이래 분배가 악화하는 시점과 대ㆍ중소기업간 격차가 확대되는 시점이 일치하고 있다.

IBK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하도급 관계에서 위기 때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재고 부담을 전가하고, 원자재 가격 인하 압력을 넣는다"며 "중소기업의 과당경쟁이라는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이런 불공정한 거래환경으로 대ㆍ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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