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11㎝ 때문에 1년에 263억원 줄줄

서범석 기자
목질보드 운송차량 구조변경 안 되면 절반만 싣고 운행

 

고작 11cm 때문에 우리나라 보드업계가 연간 263억원을 낭비하고 있지만, 이를 개선해줘야 할 관계당국의 무성의한 태도가 업계를 더욱 분통터지게 하고 있다.


MDF나 PB 등 목질 보드류는 보통 1200×2440㎜(일명 4×8사이즈)로 생산, 유통되고 있다. 이와 같은 규격은 지난 1988년 KS로도 제정됐다. 자연스럽게 국내 생산품뿐 아니라 수입품도 이 규격 제품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목질 보드류 운송에 많이 쓰이는 25톤 트럭의 경우 폭 11cm 정도가 모자라서 제품을 한 줄로만 실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다시 말해 짐칸 폭을 11cm만 넓게 개조하면 제품을 두 줄씩 나란히 실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한 줄만 실을 수 있어서 짐칸의 반을 비워둔 채로 운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때문에 보드업계 및 전문 운송업계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짐칸을 개조해서 사용해 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구조를 변경한 경우에는 국토해양부로부터 구조변경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런 절차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운송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보드류 운송차량에 대한 불법구조변경 신고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드류가 두 줄로 실려 있는 것만 보아도 구조변경이 이뤄진 것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이러한 신고가 화물운전자들 간에 주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뤄지고 있어, 보드 운송차량 운전자들이 휴식을 포기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고 있다. 자칫 대형사고의 위험까지 감수하고 생명을 내걸고 운행하고 있다는 소리다.


인천 모 생산업체의 경우 최근 들어 피신고된 건수만 한달 평균 10~15차례에 이를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운전자들은 이를 원상복구하는 데에만 수백만원이 소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업계에서는 국토해양부를 찾아 보드류 운송차량에 대한 구조변경승인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거나,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조변경승인에 형평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화물트럭 구조기준에 구조변경에 대한 규정이 있다는 것은, 필요할 경우 구조를 변경할 수 있다고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평성은 이러한 규정이 없는데도 보드 운송차량에만 적용해 달라고 할 때나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안전상의 문제 역시 지난 수십 년간 산업현장에서 그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는 분석이다. 트럭 짐칸 내부폭을 늘릴 때에는 주로 일명 ‘하대’라고 불리는 양옆의 짐받이 두께를 줄이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한쪽의 두께가 80㎜인 것을 20㎜로 줄이는 것. 하지만 지금까지 이 문제로 안전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나무신문의 취재 등 이와같은 문제가 공론화 되자 국토해양부는 이제 와서 자기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승인을 받으면 그만이라는 것. 


하대 두께를 20㎜로 줄이는 것에 대해서 구조변경승인을 해주지 않을 법적인 규정은 없지만 안전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고, 이는 교통안전공단에서 할 일이라는 게 국토해양부 자동차운영과 담당자의 답변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짐칸 폭을 11cm만 늘리면 화물 운송량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구조변경을 나라에서 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우리 돈을 들여 변경한 것을 법에 있는 데로 승인만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면서 “수십 년간 현장에서 입증된 안정성을 문제 삼아 승인을 못해주겠다는 국토해양부의 태도에 더욱 분통이 터진다. 법은 민원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라고 있는 것이지, 공무원들에게 일 안 할 핑계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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