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23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인 비스티온의 한라공조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이와 관련 "한라공조의 기업가치와 향후 성장성을 검토했다"면서 "국민연금기금의 장기투자수익률 제고를 위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비스티온의 한라공조 공개매수와 자진 상장폐지 계획은 일단 무산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자금을 맡고 있는 수탁자로서 최대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해야 하는 원칙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적지않게 나오고 있어 국민연금의 올바른 역할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측은 한라공조의 장기적 성장성 등을 감안한 결정이었고, 이는 국민의 노후 자산을 보호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부 유출 우려 같은 정치적인 이유를 명분으로 내세워 좋은 조건의 거래를 무산시켜 국민연금 뿐 아니라 한라공조 소액주주들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제히 비판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이 같은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는 한라공조 주가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라공조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74% 하락한 2만4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비스티온이 제시한 공개매수 주당 가격 2만8500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으로, 한라공조 2대 주주(지분율 8.10%)인 국민연금은 이번 공개매수 성패의 키를 쥐고 있었다.
국민연금의 한라공조 주식 평균 취득 금액은 주당 1만3338원으로 알려져 있어 공개매수에 응했다면 1천억원 내외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비스티온 측의 2차 공개매수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 국민연금의 소극적인 결정 탓에 한라공조 주가는 2만원 초반대까지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4% 이상 주가가 급락했다.
앞으로 주가가 다시 이 수준을 회복할지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라공조 주가는 그동안 공개매수 기대로 급등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급락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연금이 이번과 같은 차익실현 기회를 다시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비스티온이 한라공조를 비상장사로 전환한 다음 이익 잉여금을 빼내가고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등 기존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한라공조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에다 외국계 회사에 지분을 넘기면 국부가 유출된다는 한라공조 공장이 있는 대전·평택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의 저항에 부딪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비스티온은 기관 투자가와 개인 소액 주주로부터 한라공조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95%까지 끌어올린 다음 회사를 상장 폐지하겠다고 이달 5일 밝힌 바 있다.
공개매수는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공표하고서 주식시장 밖에서 불특정 다수의 주주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비스티온은 현재 한라공조의 지분 69.99%를 가진 최대주주로, 의사 결정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최대주주가 95% 이상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한국거래소의 자진 상장폐지 기본 요건 중 하나다.
한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을 설명할 길이 없다. 지난 4월에는 2만1천~2만2천원에 100만주 넘게 팔았는데, 지금은 공개매수에 응하지 못하겠다니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를 버린 셈"이라며 "국민연금은 국민 재산인데. 나중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한라공조 공개매수 불참키로
양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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