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 횡포 갈수록 가관… 수수료율 인하 '찔끔' 납품업체 비용부담 '왕창'
판촉행사비·인테리어비·물류비 등 각종 비용부담 급증… 상생 외면·이익 챙기기 혈안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 속에 생색내기로 판매수수료를 찔끔 내렸지만(이마저도 최근 다시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판촉행사비, 인테리어비, 물류비 등 납품업체의 각종 비용부담을 최근 수년 새 크게 늘린 것.
이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들이 상생을 외면하고 이익 챙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공정위가 발표한 11개 대형 유통업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3대 백화점 납품업체의 평균 판촉행사비는 2009년 120만원에서 지난해 140만원으로 17% 급증했다. 판촉사원 수도 2009년 8만명 가량에서 10만명으로 2만명 가까이 늘었다.
납품업체 부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테리어비도 4430만원에서 4770만원으로 늘었다. 백화점은 인테리어가 중요해 납품업체 부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2009년 4300만원이던 납품업체 평균 인테리어비를 지난해 4800만원으로 크게 늘렸다. 금액별로 보면 신세계 납품업체의 인테리어비가 5억68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납품업체의 상품을 매입해 일정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대형마트는 여기에 더해 납품업체의 매출 중 일부를 판매장려금으로 받아챙겨 이중으로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마트의 판매장려금률(62개 납품업체 평균)은 2001년 6.02%에서 2012년 9.9%로 크게 올랐다. 납품업체의 매출이 계속 늘어나면 판매장려금률을 낮춰도 판매장려금 수익은 늘어난다. 그런데 되레 판매장려금률을 크게 높여버려 물건이 잘 팔려도 울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납품업체는 대형마트에 사원들을 파견해 판촉활동을 도와야 하는데, 이 부담마저 크게 늘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대 대형마트의 납품업체당 판촉사원 수는 41.1명에서 53.4명으로 30% 많아졌다. 이에 따라 2009년 3만명 가량이던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대 마트의 판촉사원 수는 지난해 4만3천명으로 급증했다.
이 밖에 판촉행사비는 1억5천만원에서 1억8천만원으로, 물류비는 1억2180만원에서 1억4550만원으로 각각 20%씩 늘었다. 반품액은 3억1천만원에서 4억3천만원으로 무려 1억원 넘게 증가했다.
대형마트 중에서는 홈플러스 납품업체의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1 1’ 판매, 끼워주기 등의 판촉행사에 들어가는 판촉비 부담은 1개 홈플러스 납품업체당 2억8천만원에 달해 이마트, 롯데마트 등 경쟁업체의 두 배를 넘었다. 판촉사원 수도 이마트의 3배, 반품액은 롯데마트의 2배를 넘었다.
홈쇼핑업체의 횡포도 만만치 않았다.
GS, CJO, 현대, 롯데, 농수산 등 5대 홈쇼핑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평균 ARS(자동응답시스템) 비용은 3130만원에서 4850만원으로 55% 급증했다. ARS비용은 ARS로 구매하는 홈쇼핑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면서 그 비용은 납품업체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말한다.
홈쇼핑 중에서는 GS의 ARS비용이 9천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CJO는 2009년 1460만원이던 판촉비를 지난해 4천만원 가까운 수준까지 늘렸다.
이 같은 납품업체의 부담은 고스란히 대형 유통업체의 수익으로 돌아갔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들을 등쳐 먹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
GS, CJO, 현대, 롯데 등 4대 홈쇼핑의 영업이익은 2006년 368억원에서 2010년 4577억원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3대 대형마트의 영업이익도 8613억원에서 1조4784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두 업종의 영업이익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10.5%, 14.5%에 달한다.
이처럼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지운 각종 비용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이들 3대 유통업종의 판매수수료 인하는 공정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
계약서 기준 2010년과 2012년을 비교하면 백화점(29.7%→29.2%)은 0.5%포인트, 홈쇼핑(34.4%→34.0%)은 0.4%포인트, 대형마트(판매장려금기준·5.4%→5.1%)는 0.3%포인트에 불과해 3개 업종 모두 판매수수료 인하 폭이 1%포인트에도 못 미쳤다.
지철호 공정위 기업협력국장은 “유통 분야의 과점 체제가 굳어지면서 납품업체에 대한 횡포마저 심해졌다”고 분석하면서 "유통 분야 공정거래협약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장·단기 종합대책을 마련해 판매수수료 하향 안정과 납품업체 부담 완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시민모임의 김자혜 사무총장은 “납품업체는 대형 유통업체 앞에서 철저한 약자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 노력이 없는 한 그 횡포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판매수수료 인하 후 대형 유통업체들이 수수료 인하분을 판촉비 인상 등으로 전가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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