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와 가맹점, '갑'과 '을' 관계 뒤바뀐다
표준약관, 카드사가 가맹점 눈치 보도록 바뀌어
다음달부터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에 신용판매대금을 사흘 안에 지급해야 하고, 가맹점이 불합리한 처우를 받을 경우에는 카드사에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카드 가맹점 권익을 크게 향상했기 때문이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비씨카드는 금융감독원의 지도를 받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한다.
약관은 내달부터 최대 3일 이내 결제 대금을 카드사가 가맹점에 줘야 하고, 위반하면 연 6%의 지연 이자를 부담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카드사들이 가맹점에 결제 대금 지급기간을 1~7일까지 마음대로 결정해 가맹점은 원활한 현금 유통이 안 돼 불만이 컸었다.
또 카드사들이 온갖 변명으로 가맹점에 대금 지급을 미루는 것도 금지된다. 종전에는 약관 위반 가능성만으로 카드사가 대금 지급을 보류할 수 있었다.
카드사의 지급 보류 사유도 가압류, 압류 명령, 카드 부정 사용에 의한 분쟁 발생 등으로 명확히 했다.
도난이나 분실, 위조 카드의 거래 등 카드 부정 사용에 따른 분쟁 발생 시에도 대금 지급 보류 기간을 최대 10일 이상 넘지 못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규정이 없었다.
카드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가맹점 계약도 대폭 개선된다.
카드사는 내달부터 가맹점 계약에 앞서 가맹점 수수료율 수준을 미리 안내해야 하며, 가맹점 가입 후 수수료율과 대금 지급 주기에 불만이 있으면 가맹점은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1개월 내에 계약 해지 신청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카드사가 가맹점을 마음대로 해지하는 폐해를 막기 위해 가맹점 거래정지·계약 해지 대상을 `1년 이상 카드거래가 없는 가맹점'으로 한정했다. 반대로 가맹점은 카드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수수료 신설, 대금 지급주기 연장 등이 있으면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같은 표준약관 관계는 카드사와 카드 가맹점의 관계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가 "가맹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약관으로 바뀌었다"면서 "이제는 카드사가 가맹점의 눈치를 살피며 장사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가맹점은 카드사에 맞설 권한이 많아졌지만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의무도 커진다.
카드 정보 유출에 따른 부정 사용을 막고자 가맹점의 카드 인증정보 보관 금지, 결제단말기 보안 표준 적용 등을 내달부터 준수해야 하며, 이를 무시하다가 정보 유출로 피해가 발생하면 가맹점이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점 개선에도 일각에서는 가맹점 표준약관 시행 시기가 너무 늦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가맹점 표준약관을 발표하면서 10월까지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사들이 전산 시스템 정비를 이유로 늑장을 부리는 탓에 시행 시기가 11월로 늦춰졌다.
한 가맹점 관계자는 "지난 7월에 금감원에서 가맹점 표준약관 시행을 발표해 바로 될 걸로 믿었는데 10월도 아니고 11월부터 한다고 하니 카드사들이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려고 장난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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